닫힌 외교 통로...80년 평화시대 막 내렸다

입력 2022-02-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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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라브로프와 회담 전격 취소
프랑스도 러시아와 외교장관 회담 취소
바이든, ‘침공’으로 규정…미러 정상회담 물 건너가
돈바스서는 교전 격화에 사상자 속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화상회의를 진행 중이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번 주로 예정됐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막기 위한 마지막 외교 채널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독립 승인과 군 파병을 ‘침공’이라고 규정하고 대응에 나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어진 80년 평화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평가다.

2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러시아가 외교적 해법을 거부하고 침공을 시작했다”며 “이 시점에서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이어 “동맹국들도 회담 취소에 대해 동의했고 라브로프 장관에게 해당 내용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중재자를 자처했던 프랑스도 러시아와 개최하려던 외교장관 회담을 이날 취소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25일 파리에서 라브로프 장관과 회동하려 했으나 이제 없던 일이 됐다”고 밝혔다.

전날 러시아의 움직임을 사실상 ‘선전포고’로 간주, 대화 시도를 거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주의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군’ 파견을 명령했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행위를 ‘침공’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의 행위는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이며 우크라이나 침공의 시작”이라고 비난했다. 전날만 해도 러시아의 행보를 침공으로 선뜻 부르지 않았지만, 하루 만에 기류가 강경하게 변했다. 푸틴 대통령이 전면전 수순을 밟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의 정상회담이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친러 세력 점령 지역 확대를 시사하며 침공을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 돈바스에서 친러파는 루간스크와 도네츠크주의 약 30%를 점령하고 있다. 다른 지역은 우크라이나군이 주둔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한 것은 2014년 이들이 독립을 주장했을 때의 경계선을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DPR와 LPR는 2014년 돈바스 지역 전체를 독립 지역으로 주장했지만 이후 8년간의 내전으로 정부군에 상당 부분 통제권을 빼앗긴 상태였다. 러시아가 친러파가 장악한 지역 외에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통제하고 있는 지역까지 반군의 영토로 승인했다는 의미다. 러시아의 승인으로 정당성을 확보한 반군이 정부군을 상대로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전면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러시아의 독립 승인 이후 돈바스 지역에서는 정부군과 반군 교전이 격화해 사상자가 속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현재까지 교전으로 정부군 병사 1명이 사망하고 18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반군도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러시아는 침공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에도 착수했다. 러시아 상원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요청한 해외파병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파병안에는 대통령이 해외 파견 군병력 수와 활동 지역, 주둔 임무 및 기간 등을 결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의 동부 돈바스 지역 파병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날 이들 지역 대표들과 우호·협력·상호원조 조약을 체결, 러시아가 군사기지를 설치할 수 있는 길도 텄다. 러시아가 친러파 장악 지역에 군을 파병하고, 이후 해당 지역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서진, 본격적인 전면전에 나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푸틴도 전쟁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날 취재진에게 “민스크협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스크협정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이 2015년 서명한 협정으로, 돈바스 지역 갈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미국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전 가능성에 대비해 동유럽에 F-35 전투기 8대, 아파치헬기 32대를 추가 배치하고 발트3국에 보병 800명도 파견했다. 러시아와 서방사회 간 대화 채널이 닫히고 양측이 전투태세를 강화하면서 80년간 지속된 평화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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