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충들 꼬십다”, “나스닥 떡락(급폭락) 분노의 떡상(급상승) 가즈아” (곱버스 ETF 종목토론방) VS “곱버충들 좀 혼내주세요”, “자 이제는 인버스 종가가 어떻게 될 건지 적어볼까요” (레버리지 ETF 종목토론방)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주식시장이 불확실성에 놓이자 개미(주식투자자)들이 증시 향방을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외 증시의 상승과 하락에 베팅(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금을 몰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다양한 상황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손실을 볼 투자자들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주간 하락장에 베팅하는 ‘코덱스200선물인버스2X’에 3조5560억 원이 몰렸다. 이른바 ‘곱버스’로 불리는 해당 ETF는 코스피200 선물 지수 수익률을 반대로 2배 추종한다. 직전 한 주(2월 8~15일) 동안의 코덱스200선물인버스2X 거래대금은 2조6623억 원을 기록했다. 한 주 사이 무려 1조 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바로 뒤이어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KODEX레버리지’ 상품에는 2조7424억 원이 거래대금이 몰려들었다. 해당 ETF는 코스피200 지수의 하루 상승률의 2배만큼 수익이 나는 ETF로 시총 상위 종목의 주가가 올라야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전반적인 시장 움직임에 투자하는 개미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주간 거래대금 상위 5순위 ETF 중 4개 종목이 지수 상승과 하락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확인됐다.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도 지수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23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1위 종목은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 ETF(TQQQ)’다. 최근 한 주간 순매수 결제 금액은 무려 1억3312만 달러(약 1587억 원)에 달했다.
TQQQ는 나스닥 지수를 3배 추종하는 ETF다. 나스닥 지수가 올라가면 3배의 수익률을 거두지만, 반대로 하락하면 손실 역시 3배가 돼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된다. 최근 유튜브 커뮤니티 등에는 “오늘 프리장에서 TQQQ 100주 추매(추가 매입)하였습니다”와 같은 인증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불 3X ETF(SOXL)’도 4472만 달러(약 534억 원)가량 사들이며 저점 매수에 나섰다.
증권가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내고 있다. 사태가 단기전으로 끝날지, 장기전에서 횡보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등의 악재가 남은 상황에서 시장 변동 폭을 조정할 변수도 존재한다.
일단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과거 중동전쟁, 크림반도 병합 사태 등을 돌이켜봤을 때,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는 이유에서다.
이종우 경제평론가는 “1992년도 중동전이 있을 때, 전 세계에서 모인 연합군이 이라크로 집결했다”며 “당시 전쟁이 나고 나서도 이틀 정도밖에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도 “연준의 긴축 속에서 지정학적 리스크(위험)가 등장했던 사례는 공교롭게도 2014년 크림반도 분쟁 때”라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시장의 중장기 추세를 결정한 경우는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장기화할 경우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조동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현 상황은 과거 사이프러스 분쟁 사태와 비슷하다”며 “지지부진하게 장기화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허진욱ㆍ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장기전 시나리오 하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 여부”라며 “사태의 장기화는 에너지와 곡물 가격 상승을 유도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고점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당분간은 안전자산 선호와 변동성 확대에 따른 위험관리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