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법원 “민주주의 훼손 시 지원 축소는 정당”…헝가리·폴란드 EU 탈퇴 우려

입력 2022-02-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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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추진 새 법치주의 메커니즘 정당성 인정
질서 어기면 예산 기금 삭감 내용 담겨
헝가리 총리, 판결 직전 처음으로 EU 탈퇴 거론
폴란드는 과거 폴렉시트 목소리 나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2020년 1월 11일 반정부 시위대가 유럽연합(EU) 깃발을 들고 있다. 바르샤바/AP뉴시스
헝가리·폴란드와 유럽연합(EU)과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양측이 소송전까지 치렀지만, 유럽 최고법원이 EU 편을 들어주면서 향후 두 국가가 EU의 질서를 따를지 과감하게 탈퇴를 고려할지 관심이 쏠린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유럽연합(EU)이 만든 새 법치주의 메커니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ECJ는 “민주주의 제도의 독립성을 축소하는 회원국에 대해 EU가 자금 지원을 보류할 수 있다”며 개별 회원국에 대한 EU의 권한을 인정해줬다.

해당 메커니즘은 회원국이 EU가 제정한 법치주의를 위반할 경우 과거 배분되던 EU 예산 기금이 삭감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상대적으로 민주주의나 법치주의와 거리가 먼 국가들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헝가리와 폴란드는 2020년 12월 ECJ에 새 메커니즘이 정당하지 않다며 제소했지만,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기각했다.

특히 헝가리는 과거 EU나 시민단체들로부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만큼 새로운 질서에선 더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판결 직전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처음으로 EU 탈퇴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오르반 총리는 국정 연설에서 “EU가 법치라는 슬로건 아래서 성전을 벌이고 있다”며 “EU가 헝가리에 관용을 베풀지 않으면 공동의 길을 계속 가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판결 후에도 헝가리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디트 바르가 헝가리 법무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판결엔 정치적 동기가 담겼다”며 “브뤼셀이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살아있는 증거”라고 비난했다.

폴란드도 상황은 비슷하다. 영국이 EU를 탈퇴한 후 ‘폴렉시트’라는 이름이 생겨날 만큼 헝가리보다 일찍이 EU 탈퇴 목소리가 나왔다. EU는 사법통제 등 폴란드가 펼치는 강경 보수 정책을 지적하며 지금까지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후엔 EU가 경제회복기금을 지급하지 않자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지난해 10월 공개적으로 “3차 세계대전을 치르자는 얘기”라며 일촉즉발의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반면 EU 공동체 내 단결을 도모하는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 다른 회원국들은 ECJ 판결을 환영했다. 로베르타 멧솔라 유럽의회 의장은 “EU 집행위원회가 새 메커니즘을 신속하게 적용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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