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사상 최대 판매 잇따라 경신
신차와 현지化ㆍ품질 등이 뒷받침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잇따라 판매 신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하지만 중국 판매는 저점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추락을 반복 중이다.
16일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 발표를 보면 지난달 현대차의 중국 승용차 판매(소매)는 전년 대비 43% 감소한 3만1000대에 그쳤다. 기아 역시 이 기간 18% 줄어든 1만400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1월 중국 전체 승용차 판매(약 209만2000대)가 전년 대비 약 4%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와 기아의 감소폭은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현대차의 중국 점유율도 전년 대비 1.0%p 감소한 1.5%, 기아도 0.2%p 줄어든 0.6%에 그쳤다.
연간 판매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 현지에서 전년 대비 28.2% 감소한 47만7282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배경에는 2017년 초 이른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가 존재한다. 이를 기점으로 반한감정이 뚜렷하게 확산했다. 2016년 179만2021대 판매로 정점을 찍었던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판매는 이를 기점으로 지속해서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양사 판매가 47만7282대까지 추락했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 판매가 5년 만에 74% 수준 줄어든 셈이다.
현대차는 그사이 현지 승용차 공장 3곳 가운데 베이징 1공장을 정리했고, 기아 역시 옌청 1공장을 매각하는 등 마른 수건을 짜내고 있다.
이와 달리 미국에서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반복하면서 결국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뽑아냈다.
당장 올해만 해도 현대차의 1월 판매는 역대 최대치다. 1월에만 전년 대비 무려 10.1% 증가한 4만7872대를 판매했다. 기아 역시 4만2488대를 판매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연간 실적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판매는 149만 대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제네시스는 2배 넘게 팔렸고, 기아는 1994년 현지 진출 이후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147만 대 판매에 그친 일본 혼다를 처음으로 추월, 현대차그룹이 미국 현지판매 5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미국 시장의 선전에는 뚜렷한 원인이 존재한다. 먼저 꾸준한 품질전략과 제작결함 등에 대한 발 빠른 조치, 공격적인 디자인, 고급차 제품군 확대 등이 주효했다.
특히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 미국에서만 팔리는, 이른바 '현지전략형' 모델의 확대도 주효했다. 현대차 싼타크루즈, 기아 텔루라이드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판매는 물론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도 큰 보탬이 된다.
품질도 괄목 성장 중이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J.D. 파워가 밝힌 ‘내구품질조사’에서 기아가 1위, 현대차와 제네시스가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대중차와 고급차 브랜드를 통틀어 품질조사 1위에 오른 것은 기아가 최초다.
현대차와 기아는 글로벌 주요 자동차 시장으로 손꼽히는 미국과 중국 두 곳에서 상황이 엇갈리는 만큼 다양한 대안도 마련 중이다. 중국에서는 회복을, 미국에서는 호실적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의 경우 올해부터 중국 현지 지배구조를 간소화하는 등 발 빠른 의사결정을 추진한다. 올해부터 현지합작사 2곳(동풍·열달)이 동풍기업 하나로 줄었다. 현대차도 2020년부터는 중국 현지전략을 한국 본사에서 직접 통제하기 시작했다. 중국 현지 생산도 축소하는 등 고정비 지출도 최대한 줄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현지 토종 브랜드가 약진하면서 우리가 차별화를 내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시장을 주도 중인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게 가능성을 지닌 대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