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확진자 5만인데 '팍스로비드' 처방은 80여명?...토종 치료제도 기회 있다

입력 2022-02-09 15:42수정 2022-02-0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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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에 근접했지만, 먹는 치료제 처방은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용 금기 약품이 많아 처방이 까다롭다는 이유에서다. 치명력이 낮은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서 정부가 코로나19를 계절 독감처럼 관리하겠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국내 제약 바이오 업체들도 치료제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 확진자 하루 5만 육박…팍스로비드 처방은 24일간 2000여명뿐

중앙방역대책본부는 9일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4만9567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누적 확진자 수는 113만1248명이다. 이는 전날 3만 6719명보다 1만 2848명이 증가한 것이고, 설 연휴였던 일주일 전 2만 268명에 비하면 2.4배에 달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 2월 말쯤에는 국내 확진자가 13만 명에서 17만 명 수준까지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먹는 치료제 처방은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지난해 먹는 치료제인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76만2000명분 등 총 100만4000명분의 먹는 치료제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달 2만1000명 분을 시작으로 이달 초 1만1000명 분을 들여왔다.

하지만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3일까지 처방은 1275명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처방 첫 주인 지난달 14~20일 고작 109명 만이 처방받았고, 21일부터 27일까지는 397명이 추가로 약을 받았다. 지난주 처방은 769명뿐이다. 6일 기준 전체 누적 처방은 2000여 건에 불과하다. 도입 후 하루 80건 정도만 처방된 셈으로, 방역당국의 목표치인 하루 1000건에 비해 10%도 채 미치지 못한다.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 한 약국에서 동작구청 관계자가 약사로부터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수령하고 있다. (연합뉴스)

◇ 팍스로비드 병용금기 약품 425개 달해…노년층 기저질환자 처방 까다로워

예상보다 낮은 처방의 원인으로는 병용 금기 약품이 많아 처방이 까다롭다는 점이 꼽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내한 병용금기 약물은 진통제 ‘페티딘’, 항협심증제 ‘하놀라진’, 항부정맥제 ‘아미다돈’, 항통풍제 ‘콜키신’, 항암제 ‘아팔루타이드’ 등 28개다. 성분은 28개지만 해당 성분을 포함한 의약품은 425개에 달한다. 현재 처방 대상이 고령층의 기저질환자라는 점에서 처방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세부적으로 불안·우울증 및 갱년기 치료제 세인트존스워트를 함유한 동국제약의 훼라민큐정를 비롯해 유유제약의 노이로민정, 동국제약의 마인트롤정, 비보존의 예스미정, 테라젠이텍스의 예스큐정, 진양제약의 지노플러스정, 동성제약의 히페린정, 영풍제약의 시메신-플러스정, 서울제약의 페리시정, 광동제약의 페미센스정, 부광약품의 페미영정, 동구바이오제약의 헤피리온정, 한국파비스제약의 제일세라민큐정 등 21종을 복용 중인 환자는 투약이 불가능하다.

여기에, 허가된지 얼마되지 않은 신약이라는 점에서 부작용 우려도 높다.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들이 팍스로비드 투약을 거부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처음 쓰는 약이다 보니 책임을 져야하는 입장에서 처방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발병 5일 내 처방이 이뤄져야 효과가 있는데, 현재 대상이 기저질환이 있는 노년층에 한정됐고, 신속항원검사에 유전자증폭(PCR) 검사까지 마쳐야 해 과정이 번거롭다”고 지적했다.

팍스로비드 처방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기존 ‘60대 이상’과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이던 투약대상을 7일부터 50대 기저질환자까지로 확대하고, 1432여개 호흡기 클리닉과 코로나19 지정 진료 의료기관에서도 가능하도록 처방기관을 늘렸다. 방대본 관계자는 “호흡기 클리닉, 지정 진료 의료기관 등 동네 병·의원 등 기관과 50대 기저질환자까지 대상을 확대함에 따라 의료진은 치료제 사용지침을 준수해 적극적으로 치료제를 활용해 달라”고 말했다.

◇ 팍스로비드 국내 정상 도입에 10개월…토종 치료제 개발 '속도'

팍스로비드가 국내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국내 제약 바이오업체들도 틈새를 노린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팍스로비드의 정상적인 생산 시스템 가동 및 국내 공급까지는 대략 9~10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점쳐진다. 그 사이 국내 업체들이 개발을 완료해 긴급사용승인을 받는다면 경쟁력이 갖춰질 것이란 설명이다. 한 국내 개발사 관계자는 “해외 경구용 치료제는 집중 복용에 따른 부작용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데다, 가격이 높아 국내 업체들도 경쟁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식약처가 임상 승인한 코로나19 치료제 28품목 중 국내 개발 치료제는 21품목이며, 이 중 14품목이 현재 임상시험 진행 중이다. 신풍제약의 피라맥스정(피로나리딘, 알테수네이트)과 종근당의 CKD-314(나파모스타트)는 3상이 진행 중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의 EC-18은 2상을 마쳤고, 셀트리온의 CT-P59도 3상을 종료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CG-CAM20(카모스타트)은 2상을, 대웅제약의 DWJ1248정(카모스타트)은 증증에 대해 3상이 진행 중이다.

제넥신의 GX-I7은 임상 1b상이, 동화약품의 DW2008S는 2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뮨메드의 hzVSF-v13과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흡입치료제 UI030, 진원생명과학의 GLS-1027, 대원제약의 DWTG5101도 2상 중이다. 셀트리온은 흡입형 항체치료제의 호주 임상 1상 결과 안전성을 확인하고, 글로벌 임상에 본격 나섰다.

또한, 제넨셀의 ES16001과 일동제약의 S-217622는 2·3상을, 샤페론의 정맥주사제 HY209주는 2b·3상이 진행 중이다. 현대바이오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후보물질인 CP-COV03의 임상2상 단계에서 2a, 2b 과정을 나누지 않고 임상2상을 통합해 진행한다. 이어 3월에는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고 빠른 공급을 위해 동국제약 및 유영제약과 생산라인 확충 MOU를 맺었다. 대원제약은 사우디 시갈라헬스케어그룹과 코로나치료제 공동임상 MOU를 체결한 후 지난달 실무 협상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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