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소명자료를 냈으면 항소심에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3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피해자와 민사소송 등 분쟁하던 중 돈을 받지 못하자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피해자의 기업 운영 관련 비리가 있다는 취지의 제보를 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이며 174회에 걸쳐 위해를 가할 듯한 내용의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낸 혐의를 받았다.
1·2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에 위법한 부분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 피고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형사소송규칙은 피고인이 빈곤 등 사유로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할 때 사유에 대한 소명자료를 제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기록에 의해 사유가 소명됐다고 인정될 때는 그러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A 씨는 1심에서 자신이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에 해당한다는 소명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하면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의 청구를 기각했고, A 씨는 변호인 없이 심리를 받아 판결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원심 조치에는 국선변호인 선정에 관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는 기록상 ‘현재의 가정 형편상 개인적으로 사선변호인을 선임하기 어렵다’는 점에 관한 소명이 있다고 인정된다”며 “원심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선변호인 선정 결정을 해 선정된 변호인이 공판심리에 참여하도록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