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신약 개발 기업 SK바이오팜이 글로벌 종합 제약사로 도약한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 자력으로 미국 시장을 뚫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순항에 힘입어 이를 이을 차세대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7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5월 미국에 출시된 세노바메이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여파에도 처방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3분기 199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4분기에는 규모가 더욱 늘어난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에서는 파트너사 안젤리니 파마가 '온투즈리'란 이름으로 지난해 6월 독일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뇌전증 시장인 영국에 출시돼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 안젤리니파마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요국과 유럽 자유무역협정 체결국인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에서 차례로 온투즈리를 출시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인 경쟁 약물 '빔팻'은 올해 3월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올해는 신제품인 세노바메이트가 세력을 확장할 기회를 엿볼 수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을 넘어 세노바메이트의 기술수출 지역을 추가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세노바메이트에 이어 상업화 가시권에 들어온 파이프라인은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이다. 지난 6일 글로벌 임상 3상을 개시했다.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환자는 희귀 난치성 뇌전증으로 완치법이 없고 치료 예후가 좋지 않아 미충족 수요가 높다. 환자 수는 전 세계 약 100만 명, 시장 규모는 7억1000만 달러(약 8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SK바이오팜은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희귀의약품에 지정된 이 약이 개발에 성공하면 미국과 유럽, 아시아 전 지역에서 직접 판매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2025년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이 밖에도 희귀 신경계 질환(렐레노프라이드), 집중력 장애(SKL13865), 조현병(SKL20540), 조울증(SKL-PSY) 등 중추신경계(CNS) 관련 파이프라인을 다수 개발 중이다.
특히 올해 주목할 대목은 글로벌 종합 제약사란 목표를 향한 SK바이오팜의 도전이 궤도에 올랐단 점이다. 기존에 보유한 CNS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면서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13일 표적항암 혁신신약 'SKL27969'의 미국 임상 1상 진입 소식을 알리면서 CNS 질환에서 항암제로 파이프라인 다변화를 본격화했다. SKL27969는 암세포의 증식 및 성장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일종인 PRMT5(Protein Arginine Methyltransferase 5)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이다. PRMT5는 과발현 시 발암 및 치료 저항에 영향을 미친다.
전임상 시험에서 경쟁 약물 대비 긴 반감기, 높은 뇌 투과율 등 우수한 효능을 보인 SKL27969는 뇌종양 및 뇌전이암의 계열 내 최고 신약(Best-in-class)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SK바이오팜이 30년에 걸친 뇌질환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쌓은 뇌혈관 장벽 투과 약물 개발 역량이 투입된다.
글로벌 항암제 시장은 2025년 2730억 달러(약 32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의약품 최대 시장이다. SK바이오팜이 항암제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한 배경에도 높은 시장성이 자리하고 있다.
합성신약을 넘어 마이크로리보핵산(miRNA) 기술을 접목한 신약 개발도 나섰다. miRNA는 유전자 발현 및 단백질 생성을 조절하는 RNA의 일종이다. 다양한 질환을 진단·치료할 수 있고, 난치성 질환 의약품 및 맞춤형 혁신 의약품 개발 가능성을 가진 물질로 최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SK바이오팜은 RNA(리보핵산) 기반 뇌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 바이오오케스트라와 공동 연구개발 협약을 맺고, 뇌전증 질환에서 miRNA를 타깃하는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할 예정이다. 바이오오케스트라가 자체 개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물질을 선별·합성하면 SK바이오팜이 효능 검증 등 전임상 시험을 맡게 된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R&D 영역을 CNS 분야에서 항암으로 확대하고, 유망한 기술을 갖춘 국내외 기업들과 협업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