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미성년 성폭력범죄 피해자가 법정에서 직접 진술해야 할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해 현직 판·검사 등이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법원 현대사회와 성범죄 연구회(이하 연구회)는 전날 ‘미성년 성폭력피해자 영상녹화진술 관련 실무상 대책’ 긴급토론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입법·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지난달 헌법재판소는 성폭력처벌법 30조 6항 등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 조항은 성폭력범죄 피해자가 19세 미만인 경우 영상 촬영한 진술 등을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었다.
헌재는 “성폭력 범죄의 특성상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 진술이 핵심 증거인 경우가 적지 않고 진술 증거를 탄핵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해 진술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김지은 대구해바라기센터(아동) 부소장은 “사건 당시 느꼈던 심리적 고통을 재경험하게 될 피해 아동·청소년을 위해 법조계는 어떠한 보호장치와 대책을 마련해두고 위헌결정을 내렸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갑작스럽게 법정에 출석해 진술하게 될 수 있는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법조계와 함께 아동·청소년성폭력전담기관의 역할이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증인신문에 대한 사전 협의와 함께 재판장 소송지휘권을 이용해 부적절한 반대신문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조현주 대한법률구조공단 울산지부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는 “미성년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경우 증인신문기일 이전에 증인신문방식에 대한 준비기일이나 공판기일 내 협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 “미성년 피해자에게 수준에 맞는 충분한 설명과 정보제공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재판장의 소송지휘권을 이용한 부적절한 반대신문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동현 판사도 “결과적으로 미성년 피해자의 피해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최소한이라도 보장하고 대신 형사절차에서 피해 증폭을 막기 위한 여러 가지 배려조치들을 취함으로써 부작용을 막아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정희 서울고검 검사 역시 “헌재 결정으로 미성년 피해자 보호가 약화된 것은 분명하다”며 “수사·재판 담당자는 피해자 지원기관의 적정한 활동을 위해 수사절차를 진행하고 소송지휘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장이 단독으로 신문하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박기쁨 판사는 “반대신문권을 피해자 보호를 위해 다소 제한하고 재판장이 검사, 변호인 등으로부터 신문사항을 제출받아 단독으로 신문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