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분희 여성벤처협회장 “여성 벤처 키울 ‘허브’ 세울 것”

입력 2022-0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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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벤처, ‘질적’ 성장 필요한 시기
”체계 육성할 ‘글로벌 센터’ 건립 추진 중”

▲김분희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이 6일 서울 서초구 메씨인터내셔날 회의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여성 벤처 육성은 여성, 남성 젠더 이슈가 아니다.
제 2벤처 붐을 맞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전략적 지원이다. 스타트업 육성뿐 아니라 여성 벤처 기업이 살아서 스케일 업(Scale Up)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지난해 벤처 투자액이 역대 최고 5000억 원을 돌파할 정도로 벤처 업계는 뜨거웠다. 업계의 급성장 속에 여성 벤처 역시 약진했다. 2015년만 해도 2500여 곳에 불과하던 여성 벤처 기업이 지난해 4000곳을 넘었고, 마켓컬리가 여성 벤처 최초로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하지만 아직 여성 벤처가 가야 할 길은 멀다.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혁신형 벤처기업 중 여성 기업의 비율은 10%에 머물고 있고, 이노비즈 기업은 7.1%, 메인비즈 기업 비율은 2.4%에 머물러있다.

벤처 지원 정책은 활발하나, 여성 기업 지원 정책 중 여성벤처 지원 사업은 부족하다. 정책 자금 R&D(연구·개발) 등 정부 지원 사업에서 여성 기업이 혜택을 받는 비율도 낮다. 또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여성 구성원들의 경력 단절 문제도 풀지 못한 숙제다.

그 머나먼 여정의 최일선에서 발로 뛰고 있는 김분희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을 만났다. 임기 2년 중 1년을 남겨두고 있는 그는 여전히 협회장으로서 열정이 가득했다.

김 회장은 "임기를 시작하고, 시간이 그냥 흘러갈까 봐 회장이 되기 전부터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전임 회장님들이 20년 가까이 협회를 만들어 키워오셨는데, 지금 제 2 벤처붐을 맞아 여성 벤처가 중요한 역할을 해내야 하는 모멘텀에 와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 벤처 체계적으로 키울 수 있는 ‘허브’ 필요해”

김분희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여성 벤처 육성을 위한 허브(Hub)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여성벤처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민관에 흩어져 있는 육성ㆍ지원 프로그램들을 종합하는 하나의 클러스터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여성 벤처를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김분희 회장은 현재 센터 추진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센터 건립 사업은 어느 정도 많이 왔다. 아직 어딘지 밝힐 수는 없지만, 이야기가 오가는 지역이 있다. 센터가 들어서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니 잘될 수밖에 없다. 일단 수도권을 메인 허브로 생각하고 있고, 그다음에 지역으로 넓힐 생각이다.”

“뛰어난 여성 기업가 많아…이들이 클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 필요”

▲김분희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이 6일 서울 서초구 메씨인터내셔날 회의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2003년 메씨인터내셔날 창업으로 벤처 업계에 뛰어든 그는 MICE 업계 전문가이자 벤처 선배이기도 하다. 젊은 날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며 치열하게 일한 그는 이제 후배 창업가를 위해 발로 뛰고 있다.

김 회장은 “요즘 창업에 도전한 후배들을 만나면 기업가 정신은 물론, 대단한 친구들이 많다”면서도 이들을 위한 정부 지원은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여성 특화 액셀러레이터 육성 및 여성 벤처펀드 확대, 기술창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의 여성 운영사ㆍ창업 시 가산점 부여 등 다양한 정책적 제안이 나오는 가운데, 김 회장은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학연이 연계해 여성 특화 산업 기술을 개발하거나, 여성 인재를 위한 소프트웨어 교육 등 구체적인 정책 제안도 빼놓지 않았다.

“정치하는 분들하고 이야기하면 여성 벤처 육성에 지지의 말씀은 하시지만, 실질적인 행동은 없다. 특히 글로벌 센터 같은 경우는 과감히 결단하셔서 지원을 해주셔야 한다. 나라 세금은 함부로 쓰면 안 된다지만, 이런 여성 벤처 육성은 헛되이 쓰는 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분희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이 6일 서울 서초구 메씨인터내셔날 회의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그는 정부 정책이 스타트업 육성에만 몰려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스타트업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업이 살아남아서 스케일업(Scale Up)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육성ㆍ창업만 시킬 뿐 아니라 살아남아 지역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지역 경제와 연계해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코로나 19 상황 속에 여행ㆍ컨벤션업 등 지식 서비스 산업 분야가 정책에 소외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컨벤션업은 국제 유치가 중요한데, 코로나 상황으로 불가능해 사업을 이어나가며 고용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MICE 업계는 코로나 19 로 인한 피해액이 전시가 2조 원, 컨벤션이 1조1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력 단절은 기업과 사회의 리스크,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에 대해서는 근무지 위주로 보육 시설을 연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는 어린이집 등이 거주지 중심으로 배정이 이뤄져, 외곽 지역에 살며 도심에 와서 일하는 여성들이 아이를 맡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컨벤션 업계, 특히 국제 회의 쪽은 여성 비율이 80%가 넘는데, 임신과 육아, 출산 등으로 경력 단절이 되는 경우가 많아 기업으로서 리스크가 크다”면서 “기업이 뭉쳐 있는 강남이나 가산에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30개씩만 있어도 여성들이 나와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역시 선배 벤처 창업인이자 엄마로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삶을 살았다. 홍콩을 오가며 석·박사 학위도 땄다.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일만하며 달려가는 삶”이었다. 한없이 달리기만 하다가 한때 앞이 안 보일 정도로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그는 후배 벤처 창업인들에게 몸도 기업도 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은 건 ‘기업가 정신’이다. 모든 비즈니스는 반듯하게 가야 한다. 내가 만든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이로워야 한다. 누군가에게 이로운 비즈니스를 추구하면, 돈은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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