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건수 작아 당국 관심 밖…각사 자율로 인상률 정해
주요 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에 이어 노후실손 의료보험료도 일제히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실손보험보다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이 양호한 노후실손보험의 두 자릿수 인상률은 과도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금융당국은 가입 건수가 작다는 이유로 보험료 인상률을 각 사 자율에 맡기고 있다. 당국의 주도로 출시됐지만, 실효성이 떨어지자 뒷전으로 밀린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들은 올해 노후실손보험료를 15~19% 사이 수준으로 인상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업계 평균 실손 인상률에 준하는 수준으로 인상했다"며 "노후실손과 유병자실손보험은 가입 건수가 작아 회사마다 개별적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지난해에도 노후실손보험료를 최대 27.7% 수준으로 올렸다.
업계가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 폭을 결정하는 일반 실손보험과 달리 노후실손보험료의 인상률이 높은 건 금융당국이 유병자나 노후실손은 각사 자율에 맡기도록 했기 때문이다. 가입 건수가 작아 사실상 관심 밖이며 인상률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는 것이다. 유병자와 노후실손은 2020년 말 기준 56만 건에 불과하다.
지난 2014년에 선보인 노후실손보험은 고령자의 의료보장 강화를 위해 금융당국의 주도로 보험사와 합의해 도입한 상품이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고령층의 의료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보험사는 고령층의 손해율이 높아 가입연령을 늘리는데 소극적이었다. 이를 보완하자는 취지로 고령층 특화 실손보험 상품 도입을 추진한 것이다.
1년 만기 자동갱신형 상품으로 50~75세가 가입 대상. 높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기본적인 보험료가 비싸고, 보장도 제한돼 급여 부분 80%, 비급여 부분 70%만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다만 보험사의 부담을 낮추고 병·의원의 과잉 이용을 막고자 자기 부담률을 20~30%로 일반실손보험(10~20%)보다 높였다.
노후실손보험 판매가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손해율이 급격히 증가해 보험사도 판매의욕을 잃은 점이 꼽힌다. 실제로 판매 이듬해인 2015년까지만 해도 손해율은 60%대였지만 최근에는 보험사별로 80~10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들은 노후실손보험 손해율은 일반 실손 대비 높은 편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손해율을 고려해 보험료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 보험사들의 노후실손보험 손해율은 100%를 밑돌았다. 한화손보 97.6%, 메리츠화재 91.6%, KB손보 91%, 현대해상 90.3%, 삼성생명 84.6%, 롯데손보 73.1%, 농협손보 71% 삼성화재 67.5% 순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노후실손보험은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가 외면하는 상품 중 하나”라며 “업계가 상품 도입 이전부터 실효성이 떨어져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했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무시하고 도입을 추진해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이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인 만큼 당국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