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물가가 심상치 않다. 통계청과 OECD에 따르면 밥상물가로 불리는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5.0% 올랐다. 이는 OECD 국가 중 터키(27.6%), 콜롬비아(11.2%), 호주(10.6%), 멕시코(8.0%)의 뒤를 이어 5위에 해당하는 상승률이다.
한국의 전년 동기 대비 3분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6%로 2012년 1분기 이후 9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개별 품목 가격 상승 추이를 보면 물가 상승이 더욱 실감 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1일 기준 달걀 특란 한 판의 평균 소비자 가격은 6397원으로 1년 전(5612원)보다 13.9% 올랐다. 국산 냉장 삼겹살 100g은 2774원으로 전년(2168원)보다 27.9%, 한우 등심 100g 가격은 1만3932원으로 1년 전(1만1944원)보다 16.6% 올랐다.
이러한 급격한 식료품 상승의 원인으로는 최근 조류 인플루엔자와 지난해 연말까지 이어진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발생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유행으로 달걀 가격이 크게 오르며 달걀 대란을 일으켰던 조류 인플루엔자는 최근 다시 유행 양상을 보여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강원 정선과 영월에서 아프리카 돼지 열병에 걸린 멧돼지들이 잇달아 발견돼 각 지자체는 돼지 열병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공급뿐만 아니라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감염 확산과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수칙 강화로 가정에서 외식을 줄이는 경향이 커지면서 식료품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 식료품도 만만치 않다. 21일 기준으로 수입 냉동 삼겹살은 100g당 1344원이다. 전년(1189원)에 비해 약 13% 올랐다. 미국산 소갈비도 100g당 2942원으로 작년(2472원)보다 19%가량 올랐다.
올해 범세계적 물류난 등으로 공급망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 수입 식료품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와 노브랜드버거도 이번 달부터 제품 판매가를 각각 평균 4.1%와 2.8% 인상한다.
설상가상 가공식품 업체들도 가격 상승을 단행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7일부터 칠성사이다, 펩시콜라 등 주요 음료 브랜드 26개 가격을 평균 6.8% 올렸다. 지난 2월 일부 음료 판매가격을 평균 4.7%로 인상한 것에 이어 올해만 2번째다. 한국코카콜라도 내년부터 코카콜라를 비롯한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5.7% 인상할 예정이다. 사 측은 물류비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인상 요인으로 들었다.
식료품 가격 인상을 포함해 오미크론 변이 확산, 공급망 병목 현상 등으로 인해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넘길 것이라는 암울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을 내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치솟은 물가에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3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공급망 차질,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오미크론 바이러스 등 물가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장바구니 물가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과 정책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