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E신용평가 "내년 기업 규모별로는 양극화 가능성"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국내 신용평가사 나이스신용평가가 내년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에 대해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망 차질에도 불구하고 반도체·가전 등 주요 수출품목에 대한 수요가 견조하고, ESG 경영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긍정적 요소로 봤다. 다만 금리 인상에 따라 기업 규모별로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박준홍 S&P 글로벌 신용평가 이사는 9일 S&P-나이스신용평가 공동세미나를 통해 “내년 한국기업들에 대한 긍정적인 신용등급 조정이 전년 대비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신용도는 회복세를 시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S&P에 따르면 2019~2020년과 달리 올해는 긍정적인 등급조정이 부정적인 등급조정보다 훨씬 많았다. 현재 S&P가 등급을 부여하는 한국기업 중 약 8%가 긍정적 등급전망을 보유 중이다. 약 13%는 부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하고 있으나 2020년말 34%에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특히 IT산업이 탄탄한 수요에 기반한 견조한 실적을 나타냈다는 분석이다. 박준홍 이사는 “원격접속과 데이터 처리 및 보관의 필요성 확대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등 코로나19가 반도체 업체들에게 기회로 작용했다”며 “반도체 기업들의 견조한 신용도 개선 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AA-/안정적)와 SK하이닉스(BBB-,긍정적)는 2020년 각각 30%, 85%의 연간 영업이익 확대에 이어 올해 9월까지 전년동기 대비 40%, 103%의 영업이익 성장세를 기록했다. LG전자(BBB,긍정적)도 코로나19 여파에도 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가 실적을 뒷받침하면서 견조한 수익성을 나타냈다는 분석이다.
완성차 제조업체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과 품질관련 비용 인식에도 불구하고 수요회복과 제품믹스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고 있다고 봤다. 지난 9월 말 기준 현대차(BBB+,안정적)와 기아(BBB+,안정적)는 합계 20조 원이 넘는 순현금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어 충분한 재무여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SG 경영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란 평가다. 포스코(BBB+,긍정적)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 LG전자는 전기차 전장 사업 육성을 위한 사업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박준홍 이사는 “한국기업들은 견조한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ESG 관련 사업으로의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ESG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과 정부의 탄소감축 목표 상향은 ESG 관련 투자 증가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의 ESG 경영 확대 전략에 불확실성도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박준홍 이사는 "SK이노베이션(BBB-,부정적)의 경우 전통적인 정유·화학 업체에서 전기차 배터리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이는 재무지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한국전력공사(AA,안정적)의 급격한 발전원별 비중 변화도 중장기적으로 재무실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신용등급의 방향성은 대체로 안정적으로 예상한다”며 “금리 상승 시 업종별로 유불리에 차이가 있는 만큼 회사별로는 차별화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안영복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상무는 “내년 산업환경은 단기적으로 기업실적 격차 확대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산업 내 및 국제적 벨류체인에서의 경쟁지위가 수요 회복기·전환기의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추세화 및 이에 따른 금리상승은 기업에게 재무여력 확대를 요구할 것”이라며 “자본시장 접근성 및 비용의 전후방 전가능력에 차이가 존재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