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정학 제주개발공사 사장 “1등 생수가 친환경도 1등”

입력 2021-11-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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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벨 제품,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친환경 앞장서자” 5월 ‘P4G 정상회의’ 때 첫선

#. 2021년 5월 30일 서울에서 ‘P4G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P4G는 지구 최대 현안인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가속화하기 위해 2017년 출범한 글로벌 이니셔티브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12개국과 국제기구 및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주제로 한 이 행사에서 국내 생수 1위 브랜드인 ‘삼다수’의 무라벨 생수가 첫선을 보였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회의에서 친환경 생수가 첫선을 보이자 외신들의 스포트라이트가 이어졌다.

‘무라벨 삼다수’의 데뷔 무대로 P4G 정상회의를 낙점한 이가 김정학 제주개발공사 사장이다. 취임 초기부터 김 사장이 관심을 기울여온 친환경 경영 행보 중 하나였다.

“1등 브랜드가 브랜드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라벨을 포기하는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친환경을 위해서라면 1등 브랜드가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했고 당초 출시 일정을 앞당겨 서울 정상회의에서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

그는 1등 브랜드다운 친환경 경영을 강조한다. 무라벨뿐만이 아니다. 제주개발공사 배송앱을 통해 삼다수 구독 서비스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무상으로 빈 플라스틱병을 수거한다. 수거한 페트병과 페트 뚜껑을 섬유로 만드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삼다수 페트병으로 만든 실은 ‘리젠제주’라는 브랜드로 재탄생한다. 김 사장은 리젠제주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 개발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제주개발공사 사무실에서 만난 김 사장은 리젠 제주로 만든 모자와 우산을 들어 보이며 기존 섬유로 만든 제품에 뒤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플라스틱 감축으로 친환경 경영 실천=그는 친환경 경영의 일환으로 삼다수 배송앱을 강화하기로 결심했다. 배송앱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수거되는 페트병도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초만 해도 삼다수앱의 이용자는 10만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삼다수 앱을 홍보한 결과 현재는 회원수가 25만 명으로 늘었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삼다수 회원 100만 명을 목표로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삼다수는 최근 페트병 무게를 18g에서 16g으로 경량화했다.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경량화를 하며 제품을 적재할 때 페트병이 구겨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트병에 굴곡을 넣은 것은 직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생산라인에도 변화를 꾀했다. 신재생에너지 생산 시설을 갖춘 친환경 팩토리 L6 라인은 그의 야심작이다. L6 라인은 2024년 완공을 목표로 1500억 원을 투자했다. L6라인이 완공되면 삼다수의 연간 생산 가능량은 8억 병으로 늘어난다.

제주개발공사는 최근 썩는 플라스틱도 개발했다. 기존 페트병처럼 수거할 필요없이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면 분해되는 바이오페트는 사탕수수 원료로 제조했다. 바이오페트는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저감해 제조 과정부터 친환경적이다.

김 사장은 최근 무라벨 생수의 유통망 확대를 고심하고 있다. 무라벨의 경우 취수원과 성분 등을 표기하기 어렵다. 식품의 경우 제품 정보를 반드시 표기해야 유통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번들(묶음)로 판매되는 제품에는 인쇄물을 담아 성분과 취수원 등 제품 정보를 공개하지만 낱개로 판매되는 제품의 경우 기존 라벨 제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다. 편의점을 비롯한 소매점에 무라벨이 자리잡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경쟁사에서는 라벨을 떼고 병뚜껑 옆 부분에 별도의 랩핑을 해 상품 정보를 표기하지만 이 역시 라벨을 축소해 붙인 것이나 다름없으니 무라벨의 의미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고려하지 않고 있다. 대신 QR코드에 상품 정보를 담는 것 등 대안을 찾고 있다.”

◇“노사분규 해결” 취임식 대신 현장으로= 김 사장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 16일 취임했다. 그는 형식적인 취임식 대신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갔다. 취임 직전 불거진 노사 갈등이 그의 발길을 공장으로 이끌었다.

“작년 초 불거진 노사 분규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취임식보다 제주도민들이 주목하고 있는 노사 분규를 해결하는 것이 먼저였다.”

풍부한 도정 경험을 지닌 김 사장은 빠르게 노사 합의를 이끌어냈다. 노사 합의 사안만 170건에 달했는데 그가 취임한 후 6개월 만에 임금협상은 물론 복지제도, 근로 조건 개선 등이 포함된 170건을 모두 마무리지었다.

그는 “제주개발공사에 더이상 노사 갈등은 없을 것”이라며 협상과 합의 사안을 이행한 것에 양측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인 있는 곳에 삼다수가 있다= 삼다수는 42%에 달하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생수 브랜드다. 그러나 내수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김 사장은 취임 후 노사분규 해결, 친환경 행보와 함께 해외 진출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대한민국 먹는 샘물 수출에서 삼다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57%다. 해외에서 만나는 한국 생수 2병 중 한 병은 삼다수인 셈이다.”

삼다수는 세계 27개국에 수출된다. 김 사장 취임 이후 중국 상하이와 대만, 미국을 새로운 수출국가로 포함했다. 특히 대만의 경우 현지 유통기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5000여 개 편의점에 삼다수가 입점하는 성과도 냈다. 괌과 사이판의 삼다수 점유율은 50% 이상으로 국내보다 높다. 해외 시장에 삼다수를 알리기 위해 가방 등 다양한 굿즈도 제작했다. 삼다수는 이슬람권 진출도 모색 중이다. 국내 생수 브랜드 중 할랄인증을 받은 생수는 삼다수가 유일히다.

해외 진출은 경쟁이 치열해진 국내 시장의 대안이기도 하다. PB생수 브랜드 등이 증가하며 지난해에만 새로운 생수 브랜드가 100개나 증가했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생수 브랜드는 300개가량이다.

◇삼다수 3000억 매출 목표= 김 사장은 수많은 생수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40%대 점유율을 수성하고 있는 것을 ‘기적’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기적을 만든 주인공으로 직원들을 꼽는다. 그리고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생수 브랜드 가운데 첫 3000억 원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다. 구독서비스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임기 내에 3000억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사장은 취임하며 8대 중점 과제를 발표했다. 삼다수 매출 3000억 원을 포함해 개발사업 분야 1000억 매출 달성, 공기업 청렴도 1위, 일자리 창출 등이 그가 세운 중점 과제다. 제주개발공사는 삼다수 매출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공공임대주택사업, 공공택지 개발 사업, 감귤 사업 등도 진행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사업의 경우 내년말까지 2000호 달성이 목표로 현재 1600호까지 완성했다. 직원수 역시 취임 후 1년여 만에 200명이 늘었다. 현재 제주개발공사의 직원수는 900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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