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현실화율에 더 오를 것
# A 씨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 푸르지오' 전용면적 84㎡형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형을 보유한 다주택자다. 지난해 그가 다주택자로 지내면서 낸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1940만 원, 재산세를 포함한 보유세는 3073만 원이었다. 작년에 1940만 원이라는 종부세만 해도 너무하다고 생각했는데, A 씨의 올해 예상되는 종부세는 5441만 원, 보유세는 7481만 원에 달한다. 1년 새 2.8배나 오른 종부세를 A 씨는 어떻게 내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다.
14일 부동산업계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종부세 납세 고지서가 22일 발송된다. 기록적인 공시가격 상승과 세율 상승으로 인해 다주택자들은 역대급 '폭탄 고지서'를 받게 될 전망이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우병탁 팀장이 작성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살펴보면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형과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형을 단독 명의로 보유한 2주택자의 올해 종부세는 7335만 원에 달한다. 지난해 납세한 2746만 원보다 167.0% 증가한 셈이다. 이 다주택자의 올해 보유세는 9975만 원이다. 연간 1억 원에 가까운 재산세와 종부세를 납부하는 것이다. 작년만 해도 이 다주택자의 보유세는 4269만 원이었는데, 1년 새 두 배가 넘게 뛰었다.
정부는 올해부터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을 0.5~2.7%에서 0.6~3.0%로 상향 조정했다. 또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종부세율은 0.6~3.2%에서 1.2~6.0%로 두 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이 때문에 강남 2주택자의 경우 보유세만 '억' 소리가 날 정도가 돼 버린 셈이다. 문제는 내년에도 종부세 폭탄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올해 종부세가 급등한 것은 대폭 오른 집값에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시세 반영률(현실화율)을 높였기 때문이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평균 70.2%로, 정부는 이를 2030년까지 9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매년 2~3% 상승한다. 현실화율이 이처럼 매년 오르면 집값이 내리더라도 세금은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0%만 올라도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1000만 원 이상 더해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은마아파트 전용 84㎡형과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형을 함께 보유한 다주택자가 내년 공시가격이 두 아파트 모두 10% 오른다고 가정할 때 부담하게 될 종부세는 8471만 원, 보유세는 1억1470만 원에 달한다. 1년 새 종부세가 1100만 원 이상 오른 셈이다.
종부세와 보유세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들이 전·월세 가격을 크게 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당장 보유세 부담 완화를 위해 다주택자들이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강남구 W공인 관계자는 "최근 전세 매물이 다소 주춤하는 사이 월세 매물은 늘어나고 있다"며 "전세를 내놓던 집주인들도 당장 세 부담을 덜기 위해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