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치고 세계 최대 원자력 발전국 전망
“연간 15억 톤 탄소 배출 줄일 수 있어”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원자력 발전에 올인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15년간 최소 150기의 새로운 원자로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다른 국가들이 지난 35년 동안 건설한 것보다 많은 양이다. 이르면 2020년대 중반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자력 발전국이 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이처럼 원자력 발전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일환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와 함께 원자력을 병행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중국 국영 원전업체 중국광핵그룹(CGNP)은 연초 오는 2035년까지 총 200기가와트(GW)의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장기적 목표를 천명했다. 이는 베이징 크기의 대도시 12곳 이상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고,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도록 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이 탄소 배출 제로를 약속한 것은 처음이었다.
탈(脫)탄소 국면에서 원자력 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중국뿐만이 아니다. 세계 각국이 최근 들어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 감축에 나서면서, 저탄소 에너지원인 원전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원자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올해 ‘탈탄소 선진국’으로 꼽히던 스페인을 비롯해 유럽에서는 기상 이변에 따른 바람 감소로 풍력 발전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그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프랑스와 핀란드를 비롯한 유럽 10개국 경제·에너지 장관들이 지난달 원전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이를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공동 기고문을 발표했다.
다만 여전히 예산 제약과 정치적 논란, 여론의 반대 등에 직면한 서구권 국가와 달리 중국은 원전을 에너지원 전환의 중심에 놓고 있다. 중국은 원전을 통해서 영국과 스페인, 프랑스, 독일이 생산하는 탄소 배출량을 전부 합친 것보다 많은 연간 약 15억 톤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가적인 지원을 받아서 자금 조달 이점도 있다. 세계원자력협회의 프랑수아 모린 중국 담당 이사는 “중국 원전 비용의 약 70%는 국영 은행 대출로 충당돼 다른 국가보다 훨씬 낮은 이자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