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얼마나 드나
누적 비용도 1500兆 달해
정부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하는 탄소중립 실현을 천명하면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탄소 저감 부담을 직접 떠안은 철강 등 전통 제조업과 에너지 업계는 최소 1000조 원 이상의 이행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올해 8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석유화학협회, 한국철강협회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인 탄소 배출산업인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2050년 예상 탄소배출량이 1억1006만8000톤(t)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감축하기 위해 최대 270조 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석유 원료를 바이오 기반과 신재생 수소 기반 원료로 대체하는 데만 2050년까지 218조 원이 소요된다. 재생 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비용은 각각 47조6000억 원, 4조4000억 원이다.
철강 업종은 대표적 탄소 저감 기술인 수소환원제철(석탄이 아닌 수소로 철광석 녹이는 기술) 적용에만 109조400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구체적으로 탄소환원제철 기술 연구개발 비용 2조5000억 원, 전기로 등 신설 설비 비용 35조4000억 원, 기존 설비 폐쇄 비용 36조 원, 유연탄에서 수소로 바꾸면서 들어가는 생산비용 35조5000억 원(연간)이다.
에너지 분야의 탄소중립 비용 부담 또한 상당하다. 에너지 분야의 2050년 탄소 제로화를 위해서는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는 물론 원전도 일부 수명 남은 발전소를 빼고 모두 폐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발전 설비 대부분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는 얘기다. 신재생에너지는 단순 설비뿐 아니라 용지 확보 수급 불안에 따른 에너지저장장치 등 부대 시설 비용이 더 든다.
노동석 서울대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지난달 27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2050년까지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80%까지 높이면 전기요금은 지금보다 120% 인상된다”며 “계통연결, 에너지저장장치 설치, 송배전망 보강 등 누적 비용도 1500조 원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