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척간두에 선 韓 산업] 규제ㆍ노조ㆍ특별법 지연에 기업 '3중고'…정부·국회는 뒷짐

입력 2021-10-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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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ㆍ환경 규제 겹겹이…기업 옥죄는 족쇄로 작용
노조 리스크 산재, 무리한 임금인상ㆍ기업 혁신 막아서
전략 산업 관련 특별법은 목표 시한 넘겨

주력 산업이 이렇게 한 치 앞을 모르는 위기에 빠져있지만, 정부와 국회의 정책 지원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무리한 규제 입법으로 기업의 영역을 제한하면서도, 성장동력 발굴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는 인색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6월 실시한 기업 만족도 조사 결과(50인 이상 기업 322개 대상)에 따르면 현 정부의 규제혁신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49.8점으로 집계됐다. 기업을 둘러싼 규제환경이 앞으로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시각을 견지한 기업 비율도 77.3%에 달했다.

이 같은 답변은 이미 정부와 산업계 사이 벌어진 인식의 틈이 상당히 깊은 상태라는 점을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제8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회사진기자단)

일례로 내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처리 과정에서 산업계는 “재해와 책임의 범위가 모호해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라며 보완 입법을 지속해서 요구해왔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환경 규제도 기업으로선 무시할 수 없는 뇌관으로 떠올랐다. 최근 정부는 2018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6%에서 40%까지 올리기로 했는데, 무리한 속도 내기에 기업 경쟁력 약화, 일자리 감소 등의 부작용이 따라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 규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분야는 우리나라 수출을 떠받치는 중요도 높은 산업이다. 동시에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한 번 뒤처지면 만회하기 어려운 분야기도 하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요즘 기업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정부 지원 없어도 되니 규제만 하지 말아달라'가 주된 의견일 정도로 촘촘한 규제에 대한 불만이 많다”라며 “전폭적인 지원은 바라지도 않고, 불필요한 간섭만 없어도 좋을 정도로 규제가 심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 리스크도 여전히 잠재 불안 요소다. 무리한 수준의 임금 상승을 요구하고, 온라인 판매나 해외 투자 등 사업 확장을 가로막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굴지 대기업도 이러한 '노조 몽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현대제철에선 협력업체 직원들로 구성된 일부 노조원이 당진제철소 통제센터를 50일 넘게 불법 점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가 전반적인 국가 경쟁력 순위에선 10위대 초반인데, 노동 분야만 국한하면 100위 밖으로 벗어난다. 그만큼 우리가 후진적이라는 얘기”라고 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셀 생산 모습.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이런 상황에서 지원책은 부실하다. 올해 4월부터 정부 여당은 반도체ㆍ배터리 등 주요 핵심 산업 지원을 위해 추진 중인 '국가 핵심전략산업 특별법'(가칭)을 추진했지만, 부처 간 이견 등으로 애초 통과 목표 시한이었던 8월을 훌쩍 넘겼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공언한 대로 특별법이 연내 처리된다고 해도 숙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 잡은 미ㆍ중 패권경쟁, 글로벌 기술경쟁 격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초 체력 기르기에 힘쓰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병훈 포항공대 반도체기술융합센터장 교수는 “세금만 절감해주는 식의 지원책이면 사실 기업 처지에선 실효성이 크게 없다”라며 “집단 연구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한 기초기술 연구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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