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생' 규제 풀면 뭐하나…'분양가' 강남보다 비싼데

입력 2021-09-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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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평당 분양가 3000만 원대
무주택자 "그림의 떡"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도시형생활주택이 아파트 대체 주거시설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분양가가 과도하게 오르면서 서민 청약자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중구 묵정동 일대에 들어서는 도시형생활주택 '힐스테이트 남산'은 지난주 청약에서 282가구 모집에 1만6785건이 접수돼 평균 59.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최고 916.33대 1에 달했다.

지난 1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에서 나온 ‘판교 SK뷰 테라스’도 9만 건이 넘는 청약 신청이 몰려 316.8대 1(최고 2311.5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전국 도시형생활주택 평균 청약 경쟁률은 59.5대 1이다. 지난해(9.97대 1)에 비해 6배나 높은 수치다.

도시형생활주택은 도심지역에 300채 미만으로 짓는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5㎡ 이하)의 단지형 연립주택이나 단지형 다세대주택을 말한다. 2009년 1~2인 가구 증가에 따른 주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도입됐다.

청약통장 없어도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분양받을 수 있다. 가점제가 아닌 추첨제로 당락을 가르며, 재당첨 제한도 없다. 실거주 의무도 없다. 오피스텔과 달리 주택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발코니 등의 설치도 가능하다. 아파트값 급등과 낮은 청약가점으로 고민하는 무주택자들이 도시형생활주택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정부는 최근 전용 50㎡으로 제한됐던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의 가구당 면적을 60㎡까지 확대하고, 공간 구성도 2개에서 4개로 완화했다. 따라서 신규 분양 물량을 잡으려는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규제 허들 낮췄지만 분양가는 높아 '그림의 떡'

문제는 높은 분양가다. 지난 5월 경기 수원시에서 나온 '힐스테이트 수원 테라스'는 평균 47.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수요가 몰렸지만 분양가는 전용 55㎡형이 6억 원대 중반에서 후반, 전용 84㎡형이 최고 11억6000만 원에 달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지난 7월에 분양한 '양재 비버리하임 3차'(전용 30~49㎡)의 분양가는 소형인데도 최고 11억8500만 원에 달했다. 최근 SK에코플랜트가 경기 성남시 판교대장지구 B1블록에 선보인 ‘판교 SK뷰 테라스’(전용 75㎡~84㎡)는 분양가가 10억3600만~13억3100만 원으로 가장 낮은 분양가조차 10억 원을 넘겼다. 3.3㎡당 평균 분양가가 3613만 원으로 성남시 역대 최고 분양가를 찍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이같은 고분양가 책정은 도시형생활주택이 정부의 분양가 통제 밖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공공택지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의 민간 분양아파트와 달리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공급 부족에 다급한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해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활성화에 나섰지만 결국 비싼 대체 주택 판매를 부추긴 꼴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분양가가 비싸 무주택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면 정부의 도심 공급 확대 정책도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며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자들이 분양가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정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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