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사태로 본 해외부동산 투자]①증권사 해외부동산 투자 ‘8조 손실’ 경고등

입력 2021-09-2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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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헝다그룹 건물 앞에 23일 중국 오성기가 보인다. 상하이/EPA연합뉴스

중국 헝다그룹의 디폴트 우려로 ‘빚투’ 자산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한때 증권사의 먹거리로 떠올랐던 해외부동산 투자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규모는 50조 원에 육박한 가운데 16% 정도는 부실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2조 원 정도는 펀드 등을 통해 재판매되면서 부동산 부실 위험이 투자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1월 발표한 국내 22개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규모는 48조 원이다. 금감원은 28일 현재 증권사 해외 대체투자 자산은 1월 발표한 수치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해당 자료로 추정하면 오피스 빌딩, 호텔·콘도 등 해외 부동산 투자가 23조 원 정도고 발전소, 항만·철도 등 해외 특별자산 투자 25조 원으로 나타났다. 오피스 빌딩은 코로나19로 임대 수요가 급감하면서 부실률이 높아진 자산이다.

전체 48조 원 중 67%는 해외 부동산 펀드상품 등을 통해 다른 투자자에게 재매각됐고, 32.5%는 증권사가 직접 보유하고 있다. 셀다운이 늦어져 증권사 보유 기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증권사가 부담해야 하는 위험도 늘어난다.

초저금리가 이어지자 증권사들은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찾아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렸다. 2017년 5조2000억 원에 불과하던 해외 대체투자 규모는 4년 만에 9배 넘게 몸집을 키웠다. 특히 자금 여력이 풍부한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투자가 빠르게 늘어났다. 올해 6월 기준 해외 대체투자펀드는 120조 원 수준이다.

문제는 코로나19로 해외 대체투자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증권사 자체 점검 결과 ‘부실’ 또는 ‘요주의’로 분류한 투자가 전체의 15.7%로 7조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은 원리금 연체 발생 가능성이 크거나 손실이 예상되는 투자를 부실 자산군으로 분류했다. 부실 자산군 중 기관, 개인 등에 재매각된 투자액이 4조8000억 원이다.

해외 대체투자 자산에서 부실 징후가 나타나면 해당 상품에 투자한 개인, 법인 등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게 된다. 증권사가 리스크를 부담하는 위험 노출(익스포져)도 크게 늘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8개 대형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져는 지난해 말 기준 19%로, 4년 전 3.3%와 비교하면 15.7%포인트 증가했다. 하나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 순으로 익스포저 규모가 컸다.

역외펀드는 현지 법을 따르기에 손실이 발생하면 투자자 구제는 어려운 실정이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독일 헤리티지펀드, 역외펀드인 트랜스아시아 무역금융채권펀드 등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졌고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바 있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수석 연구원은 “해외 대체투자 특성상 내재한 위험요소로 인해 증권사의 전통적인 자산군 대비 위험 수준이 높다”며 “해외 대체투자는 불투명, 정보 비대칭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감사보고서·사업보고서 등에 관련 위험을 기재해야 하며 대체투자 리스크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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