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헝다 버리나...“막판까지 개입 말라” 지시

입력 2021-09-24 13:23수정 2021-09-2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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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당국, 지방 정부에 헝다 붕괴 시 후폭풍 준비 지시"
블룸버그 “당국과 임원진 만난 자리서 지원 얘기 없었어”
‘공동 부유’ 내세운 시진핑이 선례 남기기 꺼려한다는 시각도

▲중국 상하이 헝다그룹 건물 앞에 23일 중국 오성기가 보인다. 상하이/EPA연합뉴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인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이 중국 정부로부터 버려질 위기에 처했다. 애초 정부가 헝다 부채 문제에 개입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지방 정부에 대피 준비를 지시하고 아직 별다른 지원책을 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지방 정부에 헝다발 위기에 대비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지방 정부와 국영기업들은 헝다가 질서 있게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붕괴) 막판에만 개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당국 지시는 후폭풍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특히 주택 구매자나 거시 경제에 연쇄적으로 미칠 파급 효과를 완화하는 책무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위해 회계·법률 전문가들을 소집해 헝다의 운영·재무 관련 사항을 조사하고 지방 국영 및 민간 개발업체들과 부동산 프로젝트 인수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지방 정부에 내렸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정부가 거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비하면서도 헝다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지가 없다는 신호로 평가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당국이 헝다 임원진과 만난 자리에서 단기 디폴트를 막기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라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지원책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현재까지 정부가 헝다에 재정적인 지원책을 제공했다는 정황은 없으며, 정부는 헝다 채권자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당국이 헝다에 손 내밀지 않은 이유로는 ‘선례’가 꼽힌다. 뉴욕대의 데이비드 유 금융산업 전문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긴축 정책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정부가 헝다를 지원하기 위해 개입하면 다른 개발업체도 비슷한 요구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정부가 그들 모두를 구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 차원의 구제가 3연임을 준비하는 시 주석의 비전과 맞지 않은 부분도 있다. 시 주석은 ‘공동 부유’에 초점을 맞추고 최근 빅테크 기업 규제와 부동산 업계 자금 통제, 균등한 자재 공급 등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 그가 특정 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의 출혈을 감수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블룸버그는 “중국은 경제와 사회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지저분한 디폴트를 환영할 것 같지는 않다”며 “인민은행이 최근 금융시장에 대규모 현금을 투입한 것은 당국자들이 이미 이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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