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맹모의 나라서 사교육 때려잡기

입력 2021-09-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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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효선 국제경제부 기자

‘맹모의 나라’답게 중국은 한국만큼이나 부모들의 학구열이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허리가 휠 만큼 자녀들의 사교육에 돈을 쏟아부으면서, 중국의 사교육 시장은 어느덧 138조 원 규모로 불어났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사교육 산업이 당국의 규제 사정권 안에 들어오게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여름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명목으로 의무교육 과정에 있어 학과류의 영리 목적 사교육을 금지했다. 최근에는 ‘빈틈 과외’를 때려잡기 위해 주택·커피숍 등 장소에서 일대일이나 그룹으로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추가 조치까지 내놨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정책이 시행된 바 있다. 물론 이러한 시도들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바로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의 ‘과외 금지 정책’과 2008년 제정된 ‘서울시 심야 교습 금지 조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전두환 시절의 과외 금지 정책은 불법 과외를 양산하며 되레 암시장을 키워냈다. 서울에서는 이미 10년 넘도록 밤 10시 이후 학원의 심야 교습이 금지되고 있지만, 사교육 부담이 줄었다거나 아이들의 학습 부담이 줄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국내 사교육 1번지로 통하는 대치동에서는 학원 대신 ‘스터디 카페’라는 명칭의 편법과외가 이뤄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사교육 때려잡기’를 두고도 벌써부터 교육열이 잠재워지는 것이 아니라, 편법이 양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좋은 대학’이 ‘성공의 길’과 직결된 학벌 중시 사회에서는 법안이나 규제 몇 개 집어 든다 해서 학구열이 쉽사리 때려잡혀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학벌 위주의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맹모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식들을 더 높은 위치에 올려 놓기 위한 교육의 길을 찾아낼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진짜 때려잡아야 할 것은 사교육이 아니라 사회 내에 팽배한 ‘학벌 숭배 사상’이다. 시 주석이 바라는 올바른 청소년상인 ‘영어·수학뿐만 아니라, 도덕·지식·스포츠·예술·노동을 제대로 교육받은 사회주의 건설자·후계자’를 양육하기 위해서라면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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