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20주년] 테러 후 월가 어떻게 변했나…디지털화에 사이버 공격 새 위협 부상

입력 2021-09-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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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 20년 전 4거래일 동안 폐쇄…1933년 이후 가장 긴 폐쇄
현재는 기술 발전으로 과거와 같은 거래 중단 없어
“정교한 해킹 공격은 오늘날의 9·11” 경고

▲미국 뉴욕에서 2001년 9월 24일 구조대원들이 9·11 테러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뉴욕/EPA연합뉴스
미국에서 충격적인 9·11 테러가 일어난 지 11일 자로 20주년을 맞았다. 당시 공격 이후 월가는 금융시스템 방어를 대폭 강화했지만, 사이버 공격 등 새로운 위협이 부상하고 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20년 전 테러 직후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4거래일 동안 폐쇄됐다. 이는 1933년 이후 가장 긴 폐쇄였다.

당시의 폐쇄는 오늘날의 24시간 거래 세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20년 동안 기술의 발전과 시장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으로 과거와 같은 중단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오프라인 객장이 임시로 폐쇄되는 등 월가가 갑작스러운 재택근무로 전환했을 때도 증시는 항상 열려 있었고 핵심 시스템은 대체로 결함 없이 작동했다.

그러나 투자자들과 정부 관리들은 테러와 같은 물리적인 힘이 아닌 정교한 해킹 도구를 사용한 사이버 공격으로 금융시장이 마비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9·11 당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이끌었던 하비 피트 전 위원장은 “우리의 삶을 디지털화한 것은 일반적으로 큰 축복이지만, 시스템 해킹 측면에서는 더 큰 파괴의 씨앗을 뿌렸다”며 “(사이버 공격은) 오늘날의 9·11 공격이다. 매일 ‘블랙스완’ 이벤트가 일어날 위험이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20년 전 미국에 대한 테러 공격은 물리적 파괴에 대한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여실히 나타냈다. 금융산업의 중요한 통신 시스템이 마비됐다. 증시 이외 채권시장도 이틀간 휴장했으며 시카고에 있는 선물거래소도 잠정 폐쇄됐다.

이후 수년간 거래소와 중개업체들이 많은 주요 시스템을 테러가 일어났던 맨해튼 남부에서 다른 곳으로 분산했다. 당국은 재난 상황에서도 시장을 계속 열 수 있도록 기업들에 추가 테스트를 수행할 것을 압박했다.

NYSE는 여전히 오프라인 객장을 유지하지만, 이 거래소와 다른 곳의 거래량 중 거의 대부분은 온라인상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그 정보는 뉴저지의 보안이 철저한 데이터센터에 보관되고 있다.

전 나스닥거래소 임원이자 현재 투자회사인 콘텍스트캐피털파트너스를 이끄는 에릭 놀은 “9·11 테러 당시 금융시장 신경망 전체가 마비됐다”며 “지금은 시장이 열리지 않는 상황을 상상하기 어렵다. 훨씬 더 많은 복원력이 시스템에 구축됐다”고 말했다.

이제는 해커의 위협이 가장 큰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4월 CBS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사이버 공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킨 요인보다 금융 시스템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35억 달러(약 4조 원) 자산을 관리하는 젠트러스트의 짐 비소우 최고기술책임자(CIO)는 “사이버 공격이 9·11과 같은 테러보다 투자자 신뢰를 흔들 수 있다”며 “공격 영향을 평가하고자 포트폴리오를 주기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해 시스템을 점검한다. 우리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시장이 해킹으로 2주 동안 폐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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