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의지하는 유럽 은행들...최저세율 해결책 될까

입력 2021-09-0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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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조세관측소 보고서 발간
36개 주요 은행, 연평균 200억 유로 조세피난처에 맡겨
“최저세율 도입되면 매년 30억~50유로 세수 늘어”

▲영국 시민들이 2015년 8월 28일 런던 HSBC 지점 앞을 지나고 있다. 런던/AP뉴시스
유럽 은행들이 조세피난처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 은행은 세율이 낮은 지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해결책으로 글로벌 최저세율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조세관측소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유럽 11개국에 본사를 둔 36개 유럽은행의 활동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이들 은행이 연평균 200억 유로(약 27조 원) 상당의 자금을 조세피난처에 맡긴 채 거래했다고 밝혔다. 이는 은행 전체 순이익의 14%에 해당하는 규모로, 버뮤다와 케이맨제도, 지브롤터, 홍콩, 쿠웨이트 등 활용된 조세피난처만 17곳에 달한다.

이 기간 은행 순익의 약 65%가 해외 계열사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실적이 기록된 국가와 직원들이 근무한 국가 간 불일치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직원 1인당 은행 순익은 조세피난처가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순익의 25%는 세율 15% 미만인 국가에서 회계 처리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조세관측소 측은 “조세피난처의 직원 1인당 순익이 23만8000유로지만 다른 국가의 경우 6만5000유로 수준이었다”며 “이러한 증거를 종합하면 유럽 은행들이 조세피난처를 안정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조세피난처 유효세율 현황. 단위 %. 출처 EU조세관측소 보고서
이 같은 발표에 은행들은 고의로 조세피난처를 활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HSBC는 “우린 홍콩에서 가장 큰 은행으로, 순익 상당 부분이 그곳에서 꾸준히 발생해 왔다”며 “인위적으로 세율이 낮은 지역을 활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탠다드차타드 역시 “우리는 고의로 낮은 세율 지역을 전용 거래 구역으로 삼지 않는다”며 “세금 최소화가 유일한 목적인 거래는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CNBC는 은행들의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선 글로벌 최저세율 도입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7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 주도로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15%)을 설정하는 데 합의했다. 다만 아일랜드와 헝가리 등 일부 국가가 아직 동참하지 않아 최종 이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세관측소 연구원들은 “최저세율이 전 세계에 부과되면 유럽 은행들은 매년 30억~50억 유로의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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