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3차례 암살 시도' 아프간 여성 시장, 독일로 탈출

입력 2021-08-2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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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살해 위협에 이달 18일부터 탈출 준비
과거 탈레반 측에 암살 위협당해... 아버지 희생당하기도
"안전해지면 돌아가고 싶다" 입국 의지 밝혀

▲아프가니스탄의 여성운동가 자리파 가파리가 23일 독일 뒤셀도르프에 도착한 뒤 현지 언론 취재에 응하고 있다. (연합뉴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뒤에도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천명했던 ‘아프간 최초의 여시장’ 자리파 가파리 마이단샤르 시장이 독일로 피신했다.

26일(현지 시각) BBC 등 외신에 따르면 가파리는 아프간 카불 공항을 통해 터키 이스탄불을 거쳐 23일 독일 뒤셀도르프로 빠져나가는 데 성공했다.

가파리는 독일 도착 직후 인터뷰를 통해 “나와 내 가족의 목숨을 구해준 독일 정부와 모든 이들에게 매우 감사하다”고 했다.

또 “나와 내 가족은 독일에 이민 온 것이 아니고, 집 밖에 못 나오는 아프간인들과 일은커녕 말도 꺼내지 못하는 여성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러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프간 여성 인권 운동가인 가파리는 2018년 26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이자 최초로 여성 시장이 된 인물이다. 2019년 영국 BBC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 미국 국무부로부터 ‘용기 있는 국제 여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가파리는 탈레반이 카불에 진출하던 15일경 트위터를 통해 “마지막 순간까지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아프간 내부에서 저항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탈레반이 그녀의 자택 보안요원을 구타하는 등 지속적인 위협에 아프간을 떠날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3년 전 최초의 아프간 여시장이 된 이후부터 가파리는 꾸준히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마이단샤르가 친 탈레반 성향의 지역이었던 탓에 그간 세 차례의 암살 시도를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아프간군 간부였던 그의 아버지가 살해를 당하기도 했다.

BBC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18일께 카불 공항으로 향할 차량을 준비했다. 탈출을 감행할 당시에는 또한, 탈레반 검문소를 통과할 때마다 차 시트 밑으로 엎드린 채 가방으로 몸을 숨겨 감시망을 피했다.

공항에 도착한 뒤에는 터키 대사관 측의 도움을 받아 이스탄불행 비행기를 탑승했다고 한다. 이후 이스탄불에서 독일 뒤셀도르프로 가는 비행기로 옮겨 탔다고 전해진다. 가파리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날보다 이날이 더 힘들었다”고 소회를 말했다.

어렵게 독일에 도착했지만, 그는 아프간이 안전해지면 돌아갈 계획을 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가파리는 “내가 노력해온 나의 나라이기 때문에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또한, 아프간의 미래를 위해 탈레반과의 협상이 속히 진행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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