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쇼크 50주년] 넘쳐나는 달러...세계 경제 영향은

입력 2021-08-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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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8월 15일 닉슨 달러의 금 태환 중지 선언
자본 국경 이동 쉬워지면서 외환위기 잇달아
코로나 대응 국면서 막대한 달러 시중 공급
달러 약세는 신흥국 수출경쟁력 떨어뜨려

▲미국 달러 지폐 뒤로 주가 그래프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국제통화 역사를 뒤흔든 사건이 벌어졌다. 1971년 8월 15일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일명 ‘닉슨쇼크’다. 이후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유지됐지만 주기적으로 신흥국에 위기를 몰고 왔다.

달러 패권이 지속된 지 50년, 위안화 부상과 디지털 통화 등장으로 기축통화 체제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닉슨쇼크 50주년을 맞아 통화의 미래가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조망했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은 닉슨쇼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닉슨쇼크 이전 국제 통화 체제는 브레턴우즈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직전 세계 44개국이 미국 뉴햄프셔 브레턴우즈에 모여 달러를 금과 연동하는 금본위제를 공식화했다. 금 1트로이온스(약 31.1g)를 35달러로 고정하고 다른 국가의 통화는 고정환율로 달러에 묶었다.

그러나 1960~70년대 베트남 전쟁으로 군비 지출이 늘자 미국은 금 보유량을 넘어서 막대한 달러를 찍어냈다. 미국 재정이 악화하면서 달러 가치 하락을 우려한 유럽의 미 국채 보유국을 중심으로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금 부족과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닉슨 당시 미 대통령은 달러와 금의 교환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닉슨쇼크를 계기로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변동환율제가 시작됐다. 금과의 교환이 없어지면서 국가가 화폐 발행을 조절하는 등 금융정책 자율성은 늘어났다. 한편 자본의 국경 이동이 쉬워지면서 급격한 자본 유입 및 유출에 따른 외환위기와 물가변동이 일어나기 쉬워졌다. 세계 160개 통화 가운데 자유변동환율제를 택한 국가는 31개국이다. 나머지는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적극 개입을 실시, 일정 수준의 환율을 유지하는 고정환율제를 선택했다. 자국 통화 없이 달러나 유로를 법정 통화로 하는 국가는 13개국이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화량 비중. 출처 세계은행(WB)

신흥국 가운데 환율 개입과 금리 조정으로 달러의 교환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국가가 많다. 통화 변동을 억제하고 해외 자금을 쉽게 유치하려는 목적이지만 달러 변동에 좌우돼 자국 경제 상황에 맞는 금융 정책을 취하기 어려운 제약이 있다.

변동환율제 국가는 통화 공급을 늘려 경제 확대 정책을 펴기 쉽다. 반면 수요가 통화 팽창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잉여 자금이 투기를 부채질하고 자본의 급격한 유입과 유출로 위기가 증폭되기도 한다. 1980~90년대 멕시코 페소 등 남미 외환 위기, 1997년 태국 바트 폭락을 계기로 한 아시아 통화 위기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도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차원에서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한 미국이 긴축으로 태세를 전환할 경우 신흥국 통화 약세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대응 국면에서 풀린 돈이 1년간 5조 달러에 달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세계 통화 공급량은 50년 전 국내총생산(GDP)의 60%에서 1.3배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단기적으로 달러 가치 약세를 용인하면서 수출 증대를 통해 경제회복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한다. 달러 약세는 신흥국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려 경제회복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다만 미국이 달러 가치 하락을 계속 용인할 수는 없다는 게 공통적인 견해다. 달러 가치의 지나친 하락은 미국 자산 기피 현상으로 이어져 미국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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