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2년...급등하는 주요국 집값, 글로벌 경제 뇌관 되나

입력 2021-08-0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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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회원국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 올해 1분기 9.4%
30년 만에 최고치
40개 주요국 중 주택 가격 하락한 국가 단 3곳
"장기적으로 호황 지속 불가능"

▲미국 매사추세츠주 웨스트우드의 한 마을에 주택 판매 표지가 세워져 있다. 웨스트우드/AP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주요국의 주택가격이 폭등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잠재적 위협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세계 경제위기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을 포함한 40개 주요국에서 올해 1분기 실질 주택가격이 떨어진 곳은 3개국에 그쳤다. 이는 2000년 해당 통계가 시작된 이후 최저다. 같은 기간 OECD 평균 연간 주택가격 상승률은 9.4%로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별 국가들의 집값 통계를 살펴보면 미국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3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이며 한국과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 터키 등도 OECD 회원국 중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고 FT는 설명했다. 데니즈 이건 국제통화기금(IMF) 거시금융 부문 부국장은 “북반구 대부분 지역에서 지난 1년간 집값이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주요국의 주택가격이 급등한 배경에는 각국의 통화정책 완화·재정 부양책으로 인한 유동성 확대,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과 그에 따른 저축 증가, 재택근무로 인한 공간확보를 위한 대형주택 수요 등이 꼽혔다. 이들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 공급 부족과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 압력도 집값 급등을 부추겼다. 신용평가업체 스코프레이팅스의 마시아스 플레스너르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압력이 커지면서 건자재 수급에 문제가 생겼고 철강과 목재 구리 등의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건설 비용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OECD 회원국 평균 주택 가격 상승률 추이. 음영은 코로나19 팬데믹. 올해 1분기 9.4%. 출처 파이낸셜타임스(FT)

문제는 주요국의 집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스코티아방크의 브렛 하우스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수급의 구조적 불균형은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시장의 열기를 더 끓어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집값 상승세에 따른 버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애덤 슬레이터 이코노미스트는 “OECD 회원국들에서 주택은 장기적 추세와 비교해 10% 고평가됐다”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만큼은 아니지만 1900년 이후 최대 호황 중 하나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클라우디오 보리스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부장은 “주택 보유자들은 자산가치 평가액이 올라가면서 자신들이 부자가 됐다고 느끼며 지출을 더 늘릴 수 있다.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은 경제에 좋을 수 있다”면서도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지나친 신용 팽창으로 이 같은 경제 호황이 지속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OECD 회원국들의 평균 집값이 소득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내 집 마련 가능성은 더 요원해졌다.

다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됐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위험까지는 도달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슬레이터는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인 코로나19와 글로벌 공급망 혼란 등 일부 요인은 일시적 요소”라며 “신용팽창도 금융위기 직전인 2006~2007년 때만큼 커질 위험은 낮다”고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아디탸 바브 이코노미스트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주택 정책 관련 위험을 잘 인지하고 있다”면서 “2008년 때와는 달리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을 상당히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에 교훈을 얻은 중앙은행들이 현재 추세를 방관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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