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수형자의 재범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해 2012년 개발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교정재범예측지표(CO-REPI)’에 차별적인 평가 항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범예측지표에 따라 수형자에게 부여하는 REPI 등급은 가석방 심사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측정 항목을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31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가 수형자의 재범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교정재범예측지표는 입소 전 경제 상태와 학력, 범죄 시 직업 등 시대에 뒤떨어지는 항목으로 REPI 등급을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 심사와 부정기 평가에 사용하는 지표에는 △성별 △범죄 시 직업 △입소 전 경제 상태 △입소 전 거주 상태 △정신병원 치료 경력 △학력 등 총 23개의 항목을 두고 있다. 점수가 높을수록 등급 측정에 불리하게 작용하는데, 중졸 이하인 남자가 무직이고 노숙 생활을 하면 재범 위험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직업이 없거나 불안정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상대적으로 범죄율이 높다는 추상적인 인식에 따른 것이다. 또 가난한 사람과 노숙인,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에게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평가해 이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을 강화하고 있다.
학력에 따라서도 점수에 차별을 두고 있다. 고등학교 이상은 0점, 중졸 이하는 1점을 부여한다. 동거 횟수 0~1회(0점)ㆍ2회(1점)ㆍ3회 이상(2점)을, 정신병력 치료 경력이 있으면 1점을 추가한다.
18세 이하 학창 시절 처벌 경험 여부도 재범 위험 평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소년 시절 범죄로 인해 공무원 임용 등 사회 진출에 제약을 가하지 않고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는 소년법 취지에 어긋난다.
법무부 예규인 가석방 업무 지침에 따르면 가석방 적격 심사 신청자 명단에는 경비처우급과 재범예측지표 등급 등을 기재하도록 규정한다. REPI 등급이 낮을수록 재범 위험성이 적다고 보고 가석방 적격 심사를 하는 데 유리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이 같은 항목에 따라 도출된 등급으로 가석방 유무를 정하는 것은 부당한 차별을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학력과 경제 요인 등에 따라 차등하는 방식으로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범죄’ 등을 저지른 재벌에게만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강성준 활동가는 “형사처벌에 따른 해고와 경력 단절, 전과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편견이 작용한 것”이라며 “당사자의 경제적 상황을 근거로 가난한 사람에 대해 범죄 가능성을 크다고 평가하는 것은 ‘빈곤의 범죄화’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교정재범예측지표의 차별적이고 부적정한 평가 항목에 대한 진정 사건을 접수해 조사하고 있다. 법무부는 가석방 대상자에 대한 심리 검사를 추가하고 재범예측지표 측정 항목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