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노사 퇴장 도돌이표…'최저임금' 결정 체계 물음표

입력 2021-07-14 17:15수정 2021-07-1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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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노사 퇴장 되풀이하다 공익위원이 결정
30년 넘은 최저임금위원회 '물음표'
개정안 여럿 나왔지만 계류 중…제도 개선 언제?
다른 나라는 최저임금 어떻게 결정하나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새벽 제9차 전원회의 뒤 이어진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2년도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결정됐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9160원으로 결정되자 노사 모두 불만을 내비치는 가운데, 최저임금 결정 과정 자체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사가 매년 극한으로 대립하다가 정부 중재안으로 급하게 최저임금을 의결하는 방식이 노사 갈등을 극대화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선임에 영향을 미치는 공익 위원들이 결정하다 보니 결국 정부 입김대로 최저임금이 정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제도 개선 요구는 2010년대 후반부터 제기됐다. 그간 개정안도 여럿 나왔지만 최저임금 제도는 30년 넘게 그대로다. 수년간 이어진 제도 개선 논의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30년 넘은 최저임금위…매년 반복되는 '노사 갈등'의 도돌이표

최저임금위원회를 필두로 한 지금의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1988년 도입됐다. 교수와 전문가로 이루어진 공익 위원 9명, 양대 노총에서 임명된 노동자 위원 9명, 사용자 단체가 추천한 사용자 위원 9명이 표결로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노사 간 합의를 통해 결정하자는 취지였으나 최저임금위가 결성된 이후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진 건 단 7차례뿐이다. 매년 노사 갈등을 되풀이하다 공익 위원들의 표결이 최종 결정을 이끌었다.

▲최저임금위원회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의 심의 촉진구간에 반발하며 전원 퇴장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근로자 측과 사용자 측 의원이 입·퇴장을 반복하는 모습이 연출되다 공익 위원들이 합의를 이끌었다. 결정 시한을 앞둔 지난 12일 밤 9차 회의에서 근로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은 3차 수정안까지 제출한 끝에 각각 1만 원과 8850원을 요구했다.

노사가 입장 차를 줄이지 못하자 공익 위원들이 심의 촉진 구간으로 9030~9300원을 제시했다. 여기에 노사 모두 반발했고, 민주노총 측 근로자 위원 4명이 회의장을 퇴장했다. 결국, 4명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공익 위원은 9160원으로 결정하는 단일안을 냈다. 이에 사용자위원 측 9명 전원이 반발해 회의장을 나왔다. 결국, 한국노총 측 근로자 위원 5명과 공익 위원만 남아 최저임금을 표결했다.

"결정 방식 바꾸자" 개정안 여럿 나왔지만 논의는 '지지부진'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이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 공익위원의 안에 반발하며 퇴장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제도 개선 요구가 높아지자 정부는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 TF를 꾸려 제도 개선에 나섰다. 그 결과 2019년 2월 최저임금 결정 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이 나왔다.

노사정이 추천하는 전문가 위원 9명이 최저임금의 최대치와 최저치를 제안하고, 근로자 위원, 사용자 위원, 공익 위원 각 7명이 구간 내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방안이다. 심의 위원에 양대 노총과 경영계 인사뿐 아니라 청년·여성·비정규직 근로자, 중소·중견기업·소상공인 대표도 포함하도록 했다.

▲1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9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반복되던 소모적인 논쟁이 상당 부분 감소할 것이며 사실상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논란도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현실화 되지 못했다. 개정안이 선을 보이자마자 노사가 격렬히 반발했고, 20대 국회가 막을 내리면서 결국 개정안은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개정안이 여럿 발의됐지만 모두 계류 중이다. 고용노동부가 책임지고 결정하는 방안, 국회에서 법률로 결정하는 방안, 최저임금에 주휴 수당을 제외하는 방안 등 다양한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최저임금, 다른 나라는 어떻게 결정하나?

▲시간당 15달러 임금을 요구하며 파업한 맥도날드 노동자 지지자들이 5월 19일 워싱턴 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최저임금을 격년으로 정하는 미국은 주별로 최저임금이 다르다. 연방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고 있는 주별로 연방 최저임금 이상의 금액을 결정할 수 있게 한다. 일본 역시 미국처럼 지역별로 최저임금이 다르다.

영국은 독립 기관인 최저임금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매년 정부에 의해 결정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매년 자국의 경제 상황을 총망라한 문서를 발간하는데, 이를 통해 최저임금 뿐 아니라 국가 생활 임금(National Living wage)도 추산해 권고한다.

프랑스는 노동장관이 '단체협상 국가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국가위원회에는 사용자 위원 6명과 5대 노조 위원 10명이 참여한다. 노동부가 위원회를 소집해 노사 대표 의견을 청취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독일은 노사가 주축이 된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다. 위원회는 노사 양측 대표 위원 각 3명과 중립적 위원장 1명, 표결권 없는 학계 인사 2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최저임금은 연방 통계청의 월별 임금 지표에 기반해 결정되며, 미국처럼 격년으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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