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새콤달콤’한 MZ세대의 사랑법

입력 2021-07-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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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일본에선 매사에 적극적이지 않고 온순하며 도통 연애에도 흥미가 없는 남자를 일컬어 ‘초식남’이라 부른단다. 우리네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20대 남자의 30%, 여자는 50%가 연애하고 담을 쌓고 지냈다 하니 말이다.

바야흐로 ‘MZ 세대’에 대한 분석이 한창이다. 큰 선거를 앞둔 정치세력들은 젊은이들을 잡아야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이미 내린 듯하고 기업은 마케팅 차원에서도 그들의 소비 패턴을 주목하고 있다. 한 세대의 사랑법을 이해하면 그 세대의 상당 부분을 알 수 있지 않을까?

90년대생 배우들이 출연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새콤달콤’은 그런 면에서 좋은 교재가 될 법하다.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다은(채수빈)과 대기업으로 파견을 떠난 남자친구 장혁(장기용), 그리고 정규직을 사수하기 위해 장혁과 경쟁을 벌이는 동료 보영(정수정)을 통해 요즘 세대들의 생각과 고민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은 일단 쉼 없이 일한다. 집값이 비싸 서울에서 살지 못해 장거리 출퇴근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꽉 막힌 도로에서 버린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가야 하는 불안한 고용은 답답한 도로만큼이나 청춘들을 옥죄어온다. 야근은 밥 먹듯 해야 하고 일의 공로는 윗사람에게 돌려야 한다.

뽀송뽀송 연애는 이 와중에도 피어나지만 여러 난관이 존재한다. 병원 3교대로 눈 붙일 곳만 찾는 다은은 그나마 밤늦게라도 만나는 혁과의 시간이 오아시스다. 이번엔 기필코 정규직으로 올라가야 하는 혁에겐 서울에서 인천까지 다은을 만나러 가는 길은 고질적 정체 구간 탓에 짜증과 피로로 몸은 천근만근이다. 여기에 쏟아지는 졸음과 싸우느라 정작 만나서는 무작정 맛집만 가자며 괜한 신경질만 부린다. ‘피로사회 로맨스’라는 말이 왜 생겨났는지 알 법하다.

혁과 정규직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보영은 요즘 젊은 친구들의 ‘실사구시’적인 모습을 담고 있어 흥미롭다. 그녀는 회사에서 밤을 새느라 며칠째 머리도 못 감지만 개의치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책상에서 컵라면만 먹어도 상관없다. 목표가 있다면 앞뒤 보지 않고 달려드는 사람이 바로 보영이다. 그녀에겐 일과 연애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지만 우선순위는 절대적으로 일이 먼저다.

일본영화 ‘이니시에이션 러브(Initiation Love)’의 각색 작품이지만 한국적 리얼리티가 살아 있어 전혀 이질감이 없는 것이 장점. 또 하나 이 영화의 정수는 마지막 10분에 있다. 영화 ‘식스센스’ 급에 맞먹는 반전이 숨어 있다. 이런 반전의 매력이 요즘 MZ 세대에게도 분명히 있다.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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