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의 세 번째 새 주인으로 중견 건설사인 중흥건설이 유력해졌다. 중흥건설이 이번 대우건설 매각에서 2조3000억 원의 파격적인 베팅에 나서면서 사실상 인수자로 내정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다만 대우건설 노조 설득 등 인수ㆍ통합 과정에서의 진통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과 대우건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대우건설 본입찰에서 부동산 개발회사 DS네트웍스 컨소시엄보다 더 높은 2조3000억 원 안팎의 가격을 써냈다. DS네트웍스가 주당 8500원 인 1조8000억 원으로 입찰에 나선 반면 중흥건설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주당 1만1000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다.
대우건설 인수에 대한 중흥건설의 의지는 매우 강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은 지난해 1월 "해외사업을 많이 하는 1조 원 대 대기업 건설사를 3년 이내에 인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대형 건설사 인수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대우건설의 매각은 그간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2009년 금호그룹이 인수했지만 3년 만에 KDB산업은행에 팔렸다. 2018년에는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올랐지만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장 부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국 매각이 무산됐다. 이듬해 이동걸 산은 회장이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 “2년 정도 거쳐 시기가 좋아지면 가치를 높여 팔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매각이 마지막까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3년 만의 매각 성사다.
다만 이번 인수가 성사된다고 해도 통합작업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중흥건설의 인수 가격이 너무 높아 인수 과정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인수액은 차순위와의 인수 총액의 차이가 무려 5000억 원까지 벌어질 만큼 파격적이었다. 산은 입장에선 종전 매각가격(1조6000억 원)보다 높은 데다 2조 원 안팎으로 거론되던 최근 가치보다도 더 높은 가격에 팔게 된 셈이다. 중흥건설도 최근 몇 년간 인수ㆍ합병을 준비하며 실탄을 확보했을 가능성은 크지만 적지 않은 인수액인 만큼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승자의 저주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 기업 간 너무 큰 덩치 차이도 우려의 대상이다. 대우건설은 시공능력평가 기준 6위 규모의 대형 건설사다. 반면 중흥건설그룹은 호남권을 대표하는 건설사이지만 중흥토건 15위, 중흥건설은 3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번 인수가 중흥건설 입장에선 전국구 대형 건설사로 단숨에 뛰어오를 수 있는 기회지만 몸집이 큰 대우건설 내부에선 다소 떨떠름한 반응이 나올 수 있다. 대우건설 노조를 설득하는 것도 숙제다.
이미 대우건설 내부에선 과거 호반건설의 인수 시도가 있을 당시와 비슷한 반발감이 새어나오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과거 호반건설의 인수 시도 때 대우건설 운영에 대한 의구심, 사업 시너지 등에 대한 의구심과 우려가 많았는데 그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