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실질임금 삭감, 덜 줄때보단 뺐길 때 불공정함 더 느낀다

입력 2021-06-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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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응답, 임금인상 폭 적었을 땐 48.8%, 임금 삭감땐 65.8%
화폐환상지수 교육수준·전문직 종사여부보단 최근 경험한 인플레 경험이 큰 듯
자산규모와도 관련성 적어..다만, 화폐환상 적을수록 주식투자에 적극적

(연합뉴스)

같은 실질임금 삭감이더라도 명목임금을 삭감했을때가 임금인상 폭이 적었을때보다 더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화폐의 명목가치를 중요시여기는 소위 화폐환상(화폐착각) 현상은 교육수준이나 전문직 종사여부보다는 최근 경험한 인플레이션 경험에 더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황인도 한국은행 미시제도연구실 연구위원 등이 한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발표한 BOK경제연구 ‘한국의 화폐환상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불황상황에서 실질임금을 똑같이 7% 삭감하더라도 명목임금을 삭감했을때와 임금인상 폭이 적었을 때 반응이 달랐다.

실제, 물가상승률이 0%일 때 명목임금을 7% 삭감하는 경우 응답자의 65.8%는 불공정하다고 느꼈고, 수용할만하다는 응답은 35.2%에 그쳤다. 반면, 불황 상황에서 물가상승률이 12%일 때 임금을 5%만 인상하기로 하면 응답비율은 각각 48.8%(불공정)와 51.2%(수용)였다.

이는 경제주체들이 물가변동을 고려한 후 실질가치를 계산하는 것이 아닌 화폐의 명목가치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소위 화폐환상(화폐착각)에 빠져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2018년 6월부터 7월중 실시한 것으로,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서울과 대전, 대구, 부산, 광주 4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20대부터 50대까지 성인남녀를대상으로 했다. 성과 연령, 지역별 인구에 대해 비례할당했다.

이같은 화폐환상은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적게 나타났다. 다만, 교육수준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전문직 종사자에게서 되레 높게 나타나면서 교육수준과 화폐환상을 연결짓기 어렵게 됐다. 실제 일종의 IQ테스트 관련 퀴즈인 인지성찰검사(CRT)에서도 화폐환상지수와 유의미한 연관관계가 없었다.

반면, 최근 3년간 경험한 인플레이션 추정계수는 유의미한 마이너스(-)값을 가졌다. 저인플레이션 상황 속에서 실질가치와 명목가치간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소위 ‘합리적 무관심’ 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즉, 명목가치만을 고려해도 실질가치와 차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를 기록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0.8%) 이후 처음으로 0%를 기록하는 등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에 그쳤다.

화폐환상과 부의 척도인 순자산 규모와의 연관성도 낮았다. 화폐환상이 클수록 지방거주자의 경우 가계 순자산규모가 작게 나타난 반면, 서울거주자는 반대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만, 인플레 헤지수단 중 하나인 주식투자 경험과는 반대로 나타나 화폐환상이 적을수록 주식투자에 적극적이었다.

황인도 연구위원은 “경제정책 수립과 커뮤니케이션시 다양한 행태적 속성을 고려해 정책을 설계하고 경제주체들과 소통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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