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에 가상화폐까지...미국 주택 매입 ‘천태만상’

입력 2021-06-17 15:21수정 2021-06-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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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5000달러 웃돈에 이더리움 10개까지 덤으로
매도인 주택 대신 사 주는 경우도
미국 전역서 550만 채 주택 부족한 상황

▲미국 휴스턴의 주택 건설 부지에 팔렸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휴스턴/AP연합뉴스
미국 주택시장이 ‘요지경’이다. 공급 부족에 집값이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천정부지로 뛴 가격에도 매물 하나가 시장에 나오면 수십 명이 달려들기 일쑤다. 원하는 집을 매수하기 위해 웃돈을 얹는 것은 물론 가상화폐까지 등장했고 매도인이 사려는 다른 주택 가격을 대신 내주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집을 구하던 한 매수인은 53만 달러(약 5억9000만 달러)짜리 주택 입찰 전쟁에서 2만5000달러를 더 불렀다. 최고가였는데 1만5000달러를 제시한 사람이 가상화폐 이더리움 10개를 함께 제시하면서 패했다. 당시 이더리움 가격이 3900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약 4만 달러를 더 써낸 셈이었다.

부동산 중개업자 엣시 페레즈는 “코인을 갖고 있지 않은 우리 고객이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다”면서 “우스운 일”이라고 허탈해했다.

주택시장의 수급 불일치가 최고조에 달하다 보니 웃돈은 기본이고 집주인의 구미가 당길 만한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원하는 집을 사기 위해 두 채를 매입하는 일도 벌어졌다.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시장에 나온 주택 하나에 50명이 몰렸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인 토머스 브라운은 “내 고객이 원래 가격에 10만 달러를 더 주겠다고 했는데 같은 액수를 제시한 사람이 여럿이었다”며 “그러자 매도인이 집을 팔고 사려고 하는 다른 주택 가격을 내기로 했다. 결국 매수자는 50만 달러 집을 구매하는 데 100만 달러를 지불한 셈이 됐다”고 전했다.

브라운은 “가격에 관계 없이 각종 제안이 쏟아진다”면서 “본 적이 없는 광경인데 당분간 이런 현상이 지속할 것이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3월 미국에서 원래 가격보다 100만 달러 웃돈을 얹어준 거래는 310건 발생해 작년보다 74% 증가했다. 50만 달러 웃돈은 예삿일이다. 940건을 넘어서며 작년의 두 배가 됐다.

부동산 거래 플랫폼 기업인 질로우에 따르면 최근 미국 집값은 작년 대비 13.2% 급등해 1996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최대 폭 상승을 기록했다. 오스틴은 30.5%, 피닉스는 23.5%, 솔트레이크시티가 20.6% 각각 뛰었다. 미국 50개 주요 도시 가운데 46곳이 10% 이상 급등했다. 안 그래도 집값이 폭등한 상황에서 웃돈까지 치러야 겨우 집을 구할 수 있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미국 주택시장의 이 같은 천태만상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주택 공급에 원인이 있다. 컨설팅 업체 로젠그룹은 보고서에서 “지난 20년간 신축 주택 공급이 예년보다 적어 미국 내 주택 부족 물량이 550만 채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2001~2020년 주택건축업자들은 한 해 평균 122만5000채 주택을 새로 지었는데 1968~2000년 한 해 평균 신축주택 공급 물량 150만 채에 크게 뒤지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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