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富테크] "다주택 정리하라" 정부 엄포에도 버티거나 감추거나

입력 2021-05-07 05:00수정 2021-05-07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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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 10명 중 2명이 '2채 이상'
재산공개 의무 없는 가족 명의로
'상가 용도변경' 주택 수 줄이기도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일대.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다주택 고위공직자는 집을 한 채로 정리하라는 정부 엄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섯 중 한 명은 집을 두 채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재산 공개 의무가 없는 처가나 자녀에게 집을 증여해 다주택자 꼬리표를 떼기도 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재산 공개 의무가 있는 고위공직자와 공공기관장 759명 중 다주택자는 148명(19.5%)이다. 국회의원 300명 중에서도 49명이 집이나 오피스텔 등을 두 채 이상 보유하고 있다.

장상윤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은 작년 말 기준으로 서울 동작구와 경기도 파주시, 일산신도시 등 세 곳에 아파트를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백일현 국무조정실 정부업무평가실장 내외도 서울 강남구와 세종시에 아파트 한 채씩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재산 공개 직후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가면 다주택 처분령 약발은 더 떨어진다. 정경득 수협중앙회 이사장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서울과 경기도 등에 아파트와 다가구주택, 오피스텔 등 건물 6채를 보유하고 있다. 윤태진 전(前)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이사장도 아파트와 오피스텔 5채를 가진 것으로 신고됐다.

국회에도 다주택 의원이 수두룩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만 해도 14명이 집 처분을 미루고 있다. 임종성 의원은 서울 강남구와 경기 광주시ㆍ하남시 등에 집 세 채를 갖고 있다, 이상민 의원과 김회재 의원, 박찬대 의원 등도 집을 두 채씩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관가에선 다주택 처분 바람이 부는 듯했다. 청와대와 정부에서 잇따라 고위공직자에게 집을 한 채로 줄일 것을 요구했다.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주택 처분을 압박하면서 정작 고위공직자들은 집을 여러 채 까고 시세 차익을 노린다는 비판을 의식해서다. 여당에선 지난해 초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일찌감치 1주택 서약서를 받았다. 그로부터 해가 바뀌었지만 영이 제대로 안 서는 셈이다.

일부 고위공직자는 다주택자 꼬리표를 떼기 위해 꼼수를 마다치 않는다. 재산 공개 의무가 없는 가족 앞으로 집 명의를 돌리는 방식이다. 민병원 국가보훈처 기획조정실장은 2017년 매입한 세종시 주택을 지난해 장모에게 매각했다. 민 실장 일가는 전세 형태로 세종시 연서면 집에서 계속 살고 있다.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도 경기 양평군에 갖고 있던 단독주택을 딸에게 증여했다.

주택을 상가 등으로 바꿔 주택 수를 줄이는 용도 변경도 유행하고 있다. 임종성 의원은 서울 송파구에 갖고 있던 빌라를 상가로 바꿔 4주택자에서 3주택자가 됐다. 같은 당 최종윤ㆍ유기홍 의원 등도 집을 상가로 바꿔 다주택자 꼬리표를 떼고 1주택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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