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분노의 화살' 금융권으로 돌리는 여당

입력 2021-04-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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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가상화폐는 잘못된 길"
분노한 투자자 "자진 사퇴하라"
여 "꼰대 발언" 등 비판 퍼부어

한은 책임론·은행 대출 규제 등
시장 원리 무시한 금융 때리기

4·7 재보권 선거에서 참패한 여당이 금융산업을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정치권이 주도하고 금융당국이 끌려가는 가상화폐 거래시장의 제도권 편입 정책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는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금융권은 시장의 원리를 무시한 ‘포퓰리즘’ 정책을 우려하고 있다. 은행 빚 탕감법·금리인하 압박·이익공유제 등 엄연히 주주가 존재하는 개별 금융회사의 영업활동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며 일일이 간섭·압박하는 정치금융의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다.

◇가상화폐 투기 우려에 ‘꼰대’ 비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2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가상화폐 질의와 관련해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수장으로 비이성적 과열이 지배하는 가상화폐 시장에 제동을 걸기 위한 취지였다. 시장의 반응은 은 위원장의 바람과 정반대로 흘러갔다. 2030 코인 민심은 등락을 반복하다 최근 폭락하자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은 위원장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에 올라온 상품들이 과연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들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다. 시장이 혼탁해지고 피해자가 속출하는 실정이다. 투기판이 워낙 크게 벌어져 이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논의를 하게 되면 판을 더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은 위원장이 가상화폐를 공식화하면 투기 열풍이 더욱 막강해질 것이라는 취지로 얘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이를 놓고 여당은 은 위원장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최연소 국회의원인 전용기 의원은 은 위원장을 ‘꼰대’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해 줘야 한다”는 전날 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이건 기성세대의 잣대로 청년들의 의사 결정을 비하하는 명백한 ‘꼰대’식 발언”이라며 “대체 무슨 자격으로 청년들에게 잘못됐니 아니니를 따지냐”고 지적했다.

최근 여당이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은행 빚 탕감법’도 논란이다. 재난으로 소득이 감소하면 은행에 빚 탕감을 요구하고, 은행이 이를 받아들일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위원회에 대출감면이나 보험료 납입유예 등을 명령할 권한을 주는 것으로, 사실상 강제규정이다. 은행들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앞서 금융토론회 ‘상생과통일포럼’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한국은행의 역할 부족, 은행권의 대출 규제를 들먹이며 4·7 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금융권에 떠넘겼다. 윤후덕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대출이 안 돼서 민심이 민주당을 심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현재 시국에 대한 단편적인 해결책일 뿐이며 정치적인 이유로 이를 강제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제 역할과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우리 국민 모두가 져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정치권의 입김에 금융당국이 마련 중인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당초 취지를 잃은 채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지주 최대 실적에도 속내 복잡 = 올해 1분기에 주요 금융지주들이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핵심은 코로나19와 사모펀드 사태 여파에도 영끌(영혼까지 끌어 부동산 투자)과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 열풍에 따른 대출 성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증권사 수수료 수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KB금융은 1년 전보다 74.1% 증가한 1조270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어 신한금융(1조1919억 원), 하나금융(8344억 원), 우리금융(6716억 원)이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정치적 입김에 경영 전략이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준금리가 0.5%인데 은행권 대출금리는 3~4% 정도 된다”며 “1년에 수십조 원을 버는 금융권이 소상공인을 위해 금리를 1%포인트 정도는 내려야 하지 않느냐”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에 정부 못지않게 금융의 역할이 중요한데, 한은 역할이 부족했다”고 지적한 데서 나온 발언이다.

지난해부터 은행권 가계대출이 지나치게 늘고 있다며 대출 규제를 강화하라는 정부의 지시를 받은 은행권 입장에선 황당할 수밖에 없다. 현재 은행권은 코로나19에 따른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 재연장, 증권·채권시장 안정펀드 조성, K뉴딜 동원 등을 떠맡고 있다. 서민금융 재원 충원에 이익공유제 참여 요구도 거세게 압박받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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