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업계가 ‘쌀 부족난’에 빠졌다.
쌀값 폭등에 따라 기존에 쌀 가공업체에 풀려야 했을 정부 비축미가 가격 안정화에 쓰이고 있어서다. 막걸리 원료가 모자라는 상황에서 업계는 더 비싼 시중 쌀로 막걸리를 만들 수밖에 없다. 이미 업계 1위인 장수막걸리가 지난달 가격을 올린 상황에서 원가부담이 막걸리 시장 전반적인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막걸리 업계가 심각한 쌀 부족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막걸리 원료로 쓰일 정부 비축미가 2019년 대비 60% 정도 감소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지난해 쌀농사 흉작으로 쌀값이 폭등해 정부 비축미가 일반쌀 가공업체에 예년보다 덜 풀리고 있는 탓이다. 대신에 정부 비축미는 쌀값 안정화를 위해 시중에 공급되고 있다.
농산물유통정보 KAMIS에 따르면 19일 기준 쌀값 20㎏ 도매가격은 5만 8440원으로 평년(4만 2573원)보다 37% 올라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말 쌀값 안정화에 따라 정부 비축미를 올해 6월까지 37만 톤 범위 내에서 시중에 공급하기로 했다. 공급기간은 수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가 식량 비상사태인 만큼 정부 비축미를 시중에 푸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라면서도 “쌀 가공업체로서는 전혀 비축미를 공급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게 문제”라고 토로했다.
막걸리 업계는 정부미 대신 3.5배가량 비싼 일반 쌀로 막걸리를 생산하며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원가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막걸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1위 서울 장수막걸리는 지난달 15년 만에 장수 생막걸리 출고 가격을 120원 올린 바 있다. 서울장수 측은 가격 인상 배경에 대해 쌀값, 포장재, 유통비용 등 다양한 원부자재의 복합적 비용상승에 따라 부득이하게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통상 시장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2, 3위 업체가 순차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시장 움직임을 감안할때 그렇잖아도 가격 인상 요인이 있는 국순당, 지평주조 등 주요업체들의 막걸리 가격 인상이 곧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순당 관계자는 "원가 인상에 따라 가격 변동사유가 발행했으나 현재로는 가격 관련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중소형 막걸리 업체들은 상황이 더욱 열악해 이미 올 초 가격을 올리며 대응하고 있다. 막걸리 산업 자체가 고령화 산업인 데다, 700여 개 업체 중 90% 가까이가 10인 이하, 이 중 70%가 5인 이하인 소규모 사업체인 만큼 산업적인 대응을 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한국막걸리협회 관계자는 “그렇잖아도 현재 박스 가격이 30% 인상된 데다 주세도 물가변동 정책으로 0.02%정도 올라간 상황”이라면서 “업체들이 가격 인상 압박을 전방위적으로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업계의 어려움을 충분히 알고 있는 상황이고, 예년보다 비축미 중 수입산 쌀을 더 많이 공급하는 등 애로사항 해소에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