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또 발등에 불 떨어졌다

입력 2021-04-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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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곤 정치경제부 기자.
인천의 수도권매립지는 서울의 난지도가 가득 차면서 이를 대체하기 위해 1992년 만들어졌다. 사용 종료 기한은 2016년. 하지만 쓰레기종량제 시행, 분리수거와 재활용 활성화 등으로 반입 쓰레기양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매립 종료를 2년 앞둔 2014년 수도권매립지 용지는 아직 절반 정도가 남아 있었다.

이에 서울시와 경기도는 사용 연장 카드를 꺼냈다. 인천시는 반발했지만 정부까지 나서는 4자 협의체에서 결국 2025년까지 연장을 합의했다. 당시 인천시가 박근혜 정부의 눈치를 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어쨌든 인천시는 환경부와 서울시의 매립면허권 일부를 받고, 매년 700억~800억 원의 폐기물 반입 수수료 가산금을 얻어내면서 1차 위기가 넘어갔다.

하지만 이제 2차 위기가 시작됐다. 인천시가 이제 다시는 연장이 없다고 못 박으면서 불과 5년 만에 다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박남춘 인천시장은 2025년 수도권매립지 매립 종료를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서울과 경기의 쓰레기를 더는 인천에서 치워주지 않겠다는 최후통첩이었다.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와 경기도 30개 시·군의 쓰레기가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로 모이고 있다. 하루 평균 반입량 2164톤 중 80%가 서울·경기 지역의 쓰레기다. 인천시의 입장은 명확하다.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치우자.’

남은 시간은 불과 4년 남짓. 하지만 대체매립지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환경부는 올해 1월부터 90일 동안 대체매립지 공모를 했지만 신청한 지자체는 한 곳도 없었다. 2500억 원 규모의 특별지원금, 사업비와 폐기물 반입수수료 최대 20%에 해당하는 주민편익시설 설치·주민지원기금 조성 인센티브도 먹히지 않았다.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을 요구했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희생양이 되지 않겠다는 답변만 받았을 뿐이었다. 지자체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누구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아서 불거진 위기다. 이번엔 예전처럼 해결되지 않는다. 시간이 별로 없다. 경각심을 가지고 서둘러야 한다. 언제까지 손 놓고 기다리기만 할 것인가. 쓰레기는 지금 이 시각에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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