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단지 잡아라”…건설사 '재건축 새 판짜기’ 분주

입력 2021-04-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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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 '35층 룰' 등 규제 풀어 민간 공급 활성화 기대감
건설사,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시공권 수주 경쟁 ' 치열할 듯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간 주도 주택 공급 활성화를 선언하면서 건설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정부의 민간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옥죄기로 수주 보릿고개를 겪어 온 건설사들은 당분간 서울시의 주택 공급 '새 판 짜기'를 예의주시하며 수주 경쟁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12일 취임 첫 업무보고 자리에서 '민간 주도의 주택 공급 활성화'를 주문했다.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자신의 1순위 공약이었던 '스피드 주택 공급' 실행계획을 위한 법규와 절차 등을 점검해달라는 지시였다.

오 시장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전 내내 정비사업 규제 완화 의지를 내비쳤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서울에 18만5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강변 '35층 룰' 완화도 간판 공약이었다. 시장에선 꽉 막혀 있던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추진 동력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재건축 단지 호가와 실거래가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건설업계는 서울시와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그간 서울 재건축·재개발 수주시장은 전 서울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과 도시재생사업 집중, 현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에 막혀 씨가 말라 왔다. 지난해 용산구 한남3구역(1조7000억 원)과 서초구 반포주구1단지 3주구(8087억) 등의 대어(大魚)가 수주시장에 나오면서 일부 건설사들은 숨통이 트였지만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수주난에 시달려야 했다. 건설사들이 지난해 지방 정비사업과 리모델링 사업 쪽에 눈독을 들인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간 주도 주택 공급 활성화를 사실상 선언하면서 건설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정부의 민간 정비사업 옥죄기로 수주 보릿고개를 겪어 온 건설사들은 먹거리 확보를 위해 서울시의 규제 완화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수주 경쟁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 전경. (사진 제공=연합뉴스)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 궤도 수정에 맞춰 정비사업 조합들의 움직임이 감지되면 건설사들은 시공권 확보를 위한 채비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규제 완화가 가시화되면 주요 사업지의 사업성에 대한 검토와 사업지별 동향 모니터링, 설계 등 맞춤형 아이템 구상 등으로 수주전 작업에 시동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일부 건설사들은 사업성이 뛰어난 주요 사업지를 중심으로 사전 물밑 작업을 위한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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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강변 35층 룰 완화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한강변 재건축 단지들은 정비사업을 거치면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시공사 입장에선 브랜드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사업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2009년 당시 오 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계획으로 추진한 정비사업지다. 당시 서울시는 기부채납(공공기여) 비율을 25%로 늘리는 대신 최고 50층 아파트 건립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박원순 전 시장의 시정이 시작되고, 35층 룰에 막혀 사업이 멈춰섰다. 정비업계는 이 곳이 35층 규제에 사업이 막힌 대표적인 곳인 데다 과거 오 시장의 핵심 사업지 중 하나라는 상징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시장 권한의 한계로 규제 풀기가 얼마나 속도를 낼 지 판단하기 어려워 선제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서울시가 35층 룰 등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일단 용적률을 높이려면 서울시의회를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전체 시의원 109명 중 101명은 민주당 소속이다. 또 시 차원에서 용적률을 완화한다 해도 정부가 정책 키를 쥐고 있어 얼마나 민간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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