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정책과 코로나19로 국가 경제 무너진 게 표심 작용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기회창출당(CREO)의 기예르모 라소 후보가 개표율 95% 시점에서 52%의 득표율을 기록해 사실상 승리를 확정했다. 65세의 금융권 출신 라소 후보는 36세의 젊은 사회주의 경제학자 안드레스 아라우스 후보를 꺾고 앞으로 4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됐다.
라소 후보는 승리 연설에서 “수년간 에콰도르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그래서 국가가 발전하는 꿈을 꿨다”며 “오늘 비로소 꿈을 실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우린 더 정의롭고 번영한 나라를 건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남미 국가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사회주의 정권이 세력을 넓혀왔다. 에콰도르 역시 사회주의 성향의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이 2007년부터 3선을 하고 당시 부통령이던 레닌 모레노 현 대통령에게 자리를 넘겼다. 이번에 라소 후보에게 밀린 아라우스 후보는 코레아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로 통한다.
2월 실시한 1차 선거만 하더라도 아라우스 후보가 라소 후보를 13%포인트 차로 여유 있게 제압했다. 당시 2위를 기록한 라소 후보는 1위보다 3위와의 격차가 더 적었다. 하지만 최종 결과에서 역전승을 일궈냈다.
에콰도르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기 전부터 코레아 정권에서 비롯한 정부 부채 급증을 해결하기 위해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펼쳤다. 이후 코로나19가 겹치면서 경제 상황은 악화했고, 모레노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65억 달러(약 7조 원)를 긴급 수혈했다.
IMF는 올해 에콰도르의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는데, 이는 남미 국가 중 가장 느린 회복 수준이다. 과거 과야킬 은행장을 지냈던 라소 후보가 역전 당선한 것은 국가 경제 회복을 바라는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코레아 전 대통령은 승리 소식 직후 “라소 후보의 성공은 에콰도르의 성공이 될 것”이라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WSJ는 “보수적인 은행가가 좌파 대통령의 제자를 격파했다”며 “차기 대통령은 이제 에콰도르를 친기업의 경로로 이끌 예정”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