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 상정 앞서 자동차 시장 트렌드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주주 100여 명 이상 참석
현대자동차가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첫 여성 이사를 선임하는 등의 6개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현대차는 24일 오전 9시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본사 2층 대강당에서 제53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등을 논의했다.
안건 상정에 앞서 이보성 현대차 글로벌경영연구소장이 주주들에게 자동차 시장의 미래 트렌드에 관해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는 자리가 처음으로 마련됐다.
이 소장은 “전동화에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가 더해지며 사업 영역이 확대되고 있고, 올해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본다”라며 “자동차 업체가 완성차 생산ㆍ판매 업체에서 이동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로 변화하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그랬듯 환경 변화에 적응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현대차가 전동화 부문에서 타사보다 어떤 강점을 가졌는지 묻는 주주의 질문에 장재훈 사장은 “현대차는 전동화 전용 플랫폼 E-GMP와 이를 활용한 ‘아이오닉5’를 선보였다. 기본 성능은 물론이고 내부 공간과 외부 충전 부분에서도 타사보다 우수한 성능을 확보했다”라며 “전용 플랫폼을 가진 자동차 제조사는 수 개에 불과하다”라고 강조했다.
중국 진출 전략에 관해서는 “중국은 전동화뿐 아니라 내연기관 차량까지 함께 따져봐야 할 중요한 시장”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중국만의 제품군을 어떻게 설정할지 보고 있다”라고 했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 있는 주식 75.8%가 참석했고, 모든 안건은 원안대로 승인됐다.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이 통과됨에 따라 현대차는 이사회 내부의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 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한다. 사외이사로만 구성될 지속가능 경영위원회는 기존 투명경영위원회의 역할뿐 아니라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정책과 계획, 주요 활동을 심의, 의결하는 권한을 추가로 갖게 된다.
또한, 현대차는 안전 및 보건 계획과 관련한 조항도 정관에 추가했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을 반영하려는 조치다. 이 규정이 신설됨에 따라 대표이사는 매년 회사의 안전, 보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이사회에 보고한 뒤 승인받아야 한다.
이사 선임의 건도 통과되며 심달훈 우린조세파트너 대표가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사내이사로는 하언태 울산 공장장(사장)이 재선임됐고, 장재훈 제네시스사업본부장(사장)과 서강현 재경본부장(부사장)이 새로 선임됐다.
이지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부교수는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임명됐다. 현대차 최초의 여성 이사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내년 8월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는 특정 성(性)만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는데, 이에 앞서 유능한 여성 이사를 확보하고 이사회의 다양성을 높이려는 조치다.
이 교수는 2019년 미국 항법학회 이사로 선출된 국내에서 손꼽히는 항공우주공학 분야 전문가다. 현대차는 이 교수가 미래 주요 먹거리 사업 중 하나인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사업 방향성과 기술 동향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조언과 의견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주총에서는 135억 원으로 책정된 이사 보수 한도 또한 승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상 처음으로 주총을 온라인 생중계했음에도 주총장에는 100명 넘는 주주들이 참석했다. 현대차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주주들 간의 거리를 1m 이상 띄워 지정 배치했다. 일부 주주는 주총장 자리가 부족해 별도로 마련된 장소에서 화상으로 주총에 참석했다.
주주들은 현대차의 주주 친화 정책을 호평하며 미래 모빌리티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한 주주는 “안건 논의에 앞서 진행된 자동차 시장 관련 강의가 도움이 많이 됐다. 다만, 주주들 모두가 신사업에 관심이 높은 만큼, 다음에는 이와 관련한 설명도 늘려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다른 주주는 “ESG 경영을 확대하기 위해 지속가능 경영위원회를 설치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더 실질적인 ESG 경영이 이뤄지길 당부드린다”라고 했다.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올해는 자동차 업체 판도를 판가름 짓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현대차는 질적 성장을 지속하며 중국과 상용 시장 등 부진했던 분야는 적극적으로 개선해 사업 턴어라운드(전환)의 원년으로 삼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