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여 대 여'와 '남 대 남' 차이…배포ㆍ기량 차이도"
LH 대형악재에 '3자 토론ㆍ단일화' 내부사정도 녹록치 않아 불안감 확산
범여권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여론 조사상 지지율이 열세를 보이자 야권에 견제구를 던지기 시작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0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서울만을 위해 준비한 후보냐,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 콩밭이 잘 안 될 것 같으니 서울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나온 후보냐, 명확한 구도”라며 오세훈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오·안 후보가 야권의 대권 잠룡으로서 대선을 노리다가 서울시장 선거 출마로 우회한 점을 꼬집은 발언이다.
박 후보는 개별 후보들을 겨냥하기도 했다. 오 후보에 대해선 “코로나19 이후 돌봄 영역이 공적 영역으로 들어올 것인데, 아이들 밥그릇에 차별을 두자고 주장하다 불명예 퇴진한 후보에게 진정한 돌봄을 기대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오 후보는 서울시장 재임 시절 무상급식 문제를 주민투표에 부쳤다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 바 있다.
안 후보를 향해선 “새정치 하겠다고 지난 10년 동안 계속해서 갈지(之)자 행보를 했다”고 꼬집었다. 안 후보가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나와 20대 국회 때 국민의당을 창당하고 당 내분을 무릅쓰고 바른미래당도 만들었다. 하지만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고, 이번 21대 총선에선 제2의 국민의당을 마련했으나 3석에 그친 지난 이력을 비판한 것이다.
박영선 캠프 대변인인 고민정 의원도 같은 날 논평에서 오 후보가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를 공약해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연합회가 지지선언을 한 데 대해 “서울을 ‘부동산 투기 광풍’으로 몰아넣는 기차가 출발한 느낌”이라며 “이명박 정부와 오세훈 시장 재임 시절 용산 참사와 뉴타운 투기 광풍은 서울시 역사의 커다란 오점”이라고 쏘아붙였다.
박 후보와 범여권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열린민주당 측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김진애 후보의 의원직 사퇴로 뒤이어 국회에 입성할 예정인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오 후보와 안 후보가 만나 호기롭게 맥주를 들이켰다고 하는데 여전히 샅바싸움이고 신경전”이라며 “여권의 단일화가 통 이상의 크기라면 야권 단일화는 맥주잔보다 작은 게 아닐까”라고 비꼬았다. 이어 “김진애-박영선 단일화와 오세훈-안철수 단일화는 ‘여 대 여’와 ‘남 대 남’의 차이뿐 아니라 배포와 기량의 차이도 볼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범여권이 그간 직접적으로 야권을 향한 비판보다 공약 어필에 집중해왔던 것과 달리 공세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불안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며 대형악재가 된 상황에서 여론조사에서도 밀리고 있어서다.
전날 공개된 뉴스1 의뢰 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면 46.2% 지지율로 38.7%인 박 후보를 앞섰고, 오 후보가 단일화될 경우에도 43.1%를 기록해 박 후보(39.3%)가 열세를 면치 못했다.
또 애초 야권 단일화 전 난전을 유도키 위해 구상했던 박영선·오세훈·안철수 3자 토론회 추진이 어려워지고, 김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착수까지도 녹록지 않았던 내부 사정도 불안감을 더 키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는 선거 준비가 작은 부분이지만 삐걱거리는 중인데, 야권은 아직까지는 비교적 순항 중인 것 같아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7~8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로 진행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