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사재기 늘어…남미 '라니냐'도 악영향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계 식량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일부에서는 '식량위기설'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7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2.4% 오른 116.0포인트를 기록했다. 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특히 가격 지수도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지수만 비교하면 1년 전 95.1에서 무려 26.5%가 오른 셈이다. 다만 지난 1월 지수가 전월 대비 4.3% 오른 것과 비교하면 2월 상승 폭은 절반가량으로 둔화됐다.
품목별로 곡물가격지수는 전월보다 1.2% 상승한 125.7포인트를 기록했다. 중국 수요가 큰 수수 가격이 17.4% 급등하면서 곡물가격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옥수수도 세계수출물량 감소와 수입수요 증가로 가격이 올랐다.
유지류는 전월보다 6.2% 오른 147.4포인트로 나타났다. 팜유와 유채씨유는 동남아시아와 유럽연합(EU) 등 주요 수출국 생산량 전망치가 예상보다 낮았고, 해바라기씨유는 흑해 지역 수출물량이 부족해 가격이 상승했다.
설탕가격지수는 6.4% 오른 100.2포인트로 집계됐다. 원유 가격이 상승으로 세계 최대 설탕 수출국인 브라질이 설탕 대신 에탄올을 생산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생산량 감소, 아시아 지역의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유제품가격지수는 전월보다 1.7% 오른 113.0포인트를 기록했다. 버터는 주요 수출국인 서유럽 내부 수요와 중국의 수입수요가 증가해서, 전지분유는 수입수요 증가와 뉴질랜드의 건조기후로 인한 수출물량 감소 우려로 가격이 각각 상승했다.
식량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는 이유는 결국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가 원인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각국의 봉쇄조치와 이에 따른 정부의 비축 증가가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국가 간 봉쇄에 따라 공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베트남의 쌀 수출 금지 등 자원 민족주의가 확산됐다.
여기에 아메리카를 덮친 라니냐에 따른 곡물 등 생산 차질도 앞으로 식량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의 소비가 무서운 기세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육류 소비가 증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이후 돼지 사육이 회복하면서 사료인 대두와 옥수수 수요가 급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국내 가격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대비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국제곡물 가격 상승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통관, 관세, 금리 조정 등 업계의 부담을 줄일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식량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아직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분석을 통해 "지난해 전 세계 곡물 재고량과 재고율은 식량위기가 있었던 2007년에 비해 많은 편"이라며 "최근 농산물 가격도 2008년과 같은 폭등 시그널은 나타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식량 가격은 선행지수이기 때문에 남미의 라니냐 피해가 작어 작황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게 되면 식량 가격은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