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땅 투기, 잡아도 '솜방망이' 처벌…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은 '쿨쿨'

입력 2021-03-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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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의혹 직원 '업무상 습득 정보' 확인 어려워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통과 필요하지만 국회서 9년째 계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 땅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정부는 4일 합동조사단을 꾸려 관계기관 근무자 전수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기 의혹 관련자를 색출해내도 처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은 경기 시흥시 과림동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 일대. (이투데이DB)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 땅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정부는 4일 땅 투기 의혹을 조사를 위한 정부 합동조사단을 꾸려 국토교통부와 LH 등 관계기관 근무자 전수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기 의혹 관련자를 색출해내도 처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처벌 핵심 사안인 업무 관련 내부정보를 직접 이용했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LH 내부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만연했기 때문이다.

이날 국토부에 따르면 LH 조사 결과 LH직원 13명은 광명·시흥지구 내 12개 필지를 매입했다. 직원 대부분은 수도권 본부 토지보상 업무 부서에 근무했다. 다만, 이들은 2015년 이후 3기 신도시 후보지 관련 부서나 광명·시흥 사업본부 근무자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을 색출해내도 처벌이 어렵거나 가벼운 처벌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LH는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을 통해 공무상 습득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 법 제26조 1항 ‘미공개정보이용행위의 금지’을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하지만 투기 의혹 직원들은 토지 매입 시기 관련 부서에서 일하지 않아 이들이 업무와 관련된 정보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힘들다. 이들이 땅을 매입한 시점은 2018년 이후로 최근 3년간 집중돼 있다.

이런 법적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국토부는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을 통해 정보 이용 처벌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보를 넘겨받아 이를 이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한 경우도 처벌받도록 법을 개정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더라도 소급적용은 불가능하므로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 관련자 처벌은 어려울 전망이다.

또 과거 LH는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유출한 직원을 솜방망이 처벌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김은혜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 3기 신도시 개발 도면을 유출한 LH 직원은 검찰 기소 중에도 업무를 이어갔다. 또 다른 택지지구 계획 유출자들은 ‘주의’ 처분만 받고 이 중 한 명은 오히려 승진까지 하는 등 사내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직자의 미공개정보 악용을 근절하기 위해선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통과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공직자 부패 방지 관련법은 ‘부패방지권익위법’이 사실상 유일하다. 하지만 이 법은 시행령에 그친다.

반면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발의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시행령보다 상위 단계인 법률 수준이다. 또 처벌 수위도 높다. 권익위 안에 따르면 직무상 비밀이용 금지 규정 위반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만, 이 법은 지난 20대 국회에 이어 이번 국회에서 재차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이해충돌방지법안 내용 중에는 공직자가 누군가 거래할 때 사적 이해관계가 있으면 미리 신고토록 한다”며 “이번 LH 사례처럼 개발예정지 토지 구매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와 관련해 공직자윤리강령 등 법이 아닌 규범으로 통제되는 상황이므로 법안 통과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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