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월가서 ‘찬밥신세’로 전락...유명 헤지펀드 줄줄이 지분정리

입력 2021-02-2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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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헤지펀드들이 정리한 지분 99조 원 달해
미국 상장사 중 가장 매도 규모 커

▲월가 유명 헤지펀드들이 알리바바그룹홀딩 지분 정리에 나섰다고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마윈 알리바바그룹홀딩 창업자가 2016년 3월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개발포럼에 참석해 천장을 응시하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한때 시장의 러브콜을 한몸에 받았던 알리바바그룹홀딩(이하 알리바바)이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4일(현지시간) 포인트72에셋매니지먼트와 무어캐피털 등 주요 헤지펀드들과 캐나다와 미국 연기금들이 알리바바 지분 대규모 매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헤지펀드들이 제출한 공시 데이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4분기 1억100만 주의 알리바바 예탁증서(ADR)를 매각했다.

지분 가치로 따지면 890억 달러(약 98조7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미국증시 상장사 중 가장 큰 매도 규모이며 두 번째로 컸던 세일즈포스와도 3배가 넘게 차이가 난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번에 대규모로 지분을 정리한 곳이 모두 유명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헤지펀드라는 점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억만장자 투자자 스티브 코언이 이끄는 포인트72가 지난해 4분기 보유하고 있던 4억1300만 달러어치 주식을 모두 처분했고, 무어캐피탈 역시 보유 지분의 99%를 줄였다. 대니얼 롭이 이끄는 헤지펀드 서드포인트도 알리바바 투자 지분 45%를 줄였다.

알리바바는 중국 신경제의 상징적 기업으로 통했다. 본업인 전자상거래를 넘어 인공지능(AI)에서부터 차량공유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주요 헤지펀드들의 투자 러브콜을 가장 많이 받는 기업으로 꼽혔다. 하지만 민간기업 거물 견제에 나선 중국 당국이 창업자 마윈의 행보에 전방위적으로 제동을 걸면서 순항을 거듭하던 알리바바도 암초를 만나게 됐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상하이에서 개최된 한 포럼에서 중국 금융당국을 ‘전당포’에 비유하며 규제를 비난했다가 당국의 표적이 됐다. 이후 지난해 11월로 예정됐던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이중 상장은 물거품이 됐다. 현재 앤트는 대대적인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으며 사업 개편 압박까지 받고 있다. 이 영향으로 알리바바의 주가는 지난해 11월 이후 약 18% 가까이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당국이 본보기로 알리바바를 저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4년 알리바바가 뉴욕증시에 상장한 직후부터 지분 투자를 시작한 라지브 재인 GQG파트너스 회장은 “중국이 기업의 독점 체제를 무너뜨리는 방법을 보여줄 사례로 알리바바만큼 좋은 기업은 없다”면서 “알리바바의 현재 장기적 성장 궤도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판단에 지난해 4분기 알리바바 ADR 960만 주를 모두 처분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 사이에서 알리바바가 중국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독점 규정 위반으로 결론이 난다면 최악의 경우 매출의 10%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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