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증가 비해 공급제한 요소 많아…재고 축소 빠르게 진행
D램보다 가격회복 속도가 더뎠던 낸드시장의 턴어라운드 시기도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며 메모리 반도체 호황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공급과잉으로 인해 큰 폭의 가격하락을 겪었지만, 올해는 수요 증가 속도에 비해 공급을 제한하는 요인이 많다는 것이 이유다.
최근엔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공장이 한파로 인한 정전으로 멈춰선 상황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노트북 제품의 판매 호조, 인텔 신규 서버 플랫폼 휘틀리(Whitley) 출시에 따른 데이터센터 고객들의 주문, 일부 스마트폰 업체의 낸드 재고확보 확대 움직임 등에 따라 낸드시장 재고가 축소되고 있다.
특히 노트북 제품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급증한 수요가 가라앉지 않고 올해도 유지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고용량 낸드를 포함한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탑재 제품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이달 D램익스체인지는 2분기 낸드 고정거래가격 전망치를 전년 대비 5~10% 하락에서 보합(flat)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올 하반기 이후 업황 개선을 점쳤지만, 가격 반등 시기가 예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수요 증가 유인은 충분한 데 반해 공급은 제한 가능성이 크다.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176단), 키옥시아(162단) 등 주요 낸드 업체들이 차세대 제품으로 적층형(더블스택) 낸드플래시 양산 계획을 밝혔지만,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해 공정 전환지연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엔 더블스택 제품 양산에 삼성전자도 가세한다.
이는 2016~2018년 낸드 빅사이클이 일어난 맥락과도 유사하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시 2D에서 3D 낸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생산업체들의 빗그로스(비트 단위 출하량 증가율)가 원활하지 못해 병목현상이 발생했다”라며 “낸드 더블스택 적용에서도 유사한 현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각 업체의 특수한 상황도 보수적인 투자전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이슈와 (SK하이닉스의) M&A 관련 자금조달 이슈도 올해 보수적인 낸드 생산능력(CAPA) 투자를 예상하게 하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일각에선 최근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이 정전으로 멈춰선 상황도 향후 낸드를 포함한 SSD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스틴팹에서 낸드를 만들지는 않지만, 14~40nm(나노미터, 1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으로 낸드 컨트롤러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낸드 컨트롤러는 SSD에 낸드와 함께 탑재되는 시스템반도체로, 자료처리순서를 정하는 등 SSD의 ‘두뇌’ 역할을 한다. SSD뿐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메모리카드 등에 장착되는 임베디드멀티미디어카드(eMMC) 등 낸드플래시로 만드는 솔루션들에 모두 탑재된다.
트렌드포스는 “해당 공장의 컨트롤러 생산량이 적어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은 없다”라면서도 “주요 SSD 공급업체들이 SSD 가격을 산정할 때 컨트롤러 IC의 공급 경색을 고려하기 시작하면서, 전반적인 가격 인상이 일어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