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김명수, 거세지는 사퇴 압박

입력 2021-02-0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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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변협 회장들 "사법부 수장 자격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법원 안팎에서 사퇴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8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 반려와 관련한 '거짓 해명' 논란 확산에 대한 추가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 채 출근했다.

탄핵 염두에 둔 발언한 적 없다…녹취록 공개되자 입장 바꿔

앞서 김 대법원장은 국회의 탄핵 추진 가능성을 이유로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다는 의혹에 “그런 취지의 말을 한 적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임 부장판사가 반박 입장을 내면서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임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자신의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탄핵 논의를 할 수 없게 돼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반려했다고 주장했다.

하루 뒤 임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과의 대화 녹취록을 전격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사표 수리, 제출 그런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 그걸 생각해야 한다”며 “그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한다"며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녹취록이 공개되자 김 대법원장은 “송구하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대법원, '사퇴 촉구' 근조화환으로 둘러싸여

그러나 김 대법원장이 사과의 뜻을 밝혔음에도 법원 안팎에서는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근조화환들이 대법원 청사를 둘러싸기도 했다.

판사들의 익명 게시판에는 “어제 일어난 일들로 저는 새벽에 잠이 벌떡 깨고 아침부터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대법원장님은 ‘쏘리’ 한마디 하고 발 뻗고 주무셨습니까”라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해당 판사는 “지금이 정녕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보다 더 정치세력에서 독립됐고 인사는 더 공정해졌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역대 변협 회장들 "거짓말하는 대법원장, 헌정사의 치욕"

이날 역대 대한변호사협회장 8명은 “사법부 독립을 위해 즉각 사퇴하라”며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지난 4년간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부 수장으로서 보여준 행태는 지극히 실망스럽다”며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직 관련 진실 공방과정에서 공개된 녹취록은 더 이상 사법부 수장의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했다”며 “권력 앞에 스스로 누워버린 대법원장, 국민 앞에 거짓말하는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헌정사의 치욕”이라고 비판했다.

학계도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법학교수회는 “대법원장의 언행을 보면 국민에 대한 배려는 전무하고 중심 없이 정치권력에 좌고우면하는 모습만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대법원장이 언론을 통해 그 당시 언급한 사실이 없었다고 거짓말한 사실은 큰 충격”이라며 “국민을 속인 대법원장을 사법부 수장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야권도 김 대법원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김 대법원장의 출근길에 직접 나와 1인 시위를 벌였다. 주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대법원장으로서 하루라도 더 있어서는 안 된다”며 ‘권력에 충성하는 대법원장 거짓의 ’명수‘ 김명수는 사퇴하라’는 피켓을 들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헌정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이 거대 괴물 여당과 괴물의 눈치만 살피는 ‘쫄보 수장’의 합작품이라는 국민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후배들에게 부끄럽고 국민에게 면목 없는 짓은 그만하고 거취를 결정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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