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한도 방식도 변경, 윤석헌 금감원장 "대출총량 관리 당분간 유지"
신용대출 한파가 새해까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앞다퉈 대출 조이기에 나선 상황에서 하나은행도 다음달 초부터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다음달 6일부터 전문직 대상 신용대출 한도 축소를 적용한다. 한도가 줄어드는 대출 상품은 의사·한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닥터클럽대출', 변호사를 대상으로 하는 '로이어클럽대출' 등 전문직 대상 총 5개 상품이다.
직군별로 최대 1억5000만 원이었던 기본 한도가 최대 5000만 원으로 조정된다. '합격자'에 대한 대출 한도도 최대 5000만 원 이내로 조정된다.
또 기존에는 개업 예정인 의사들도 대출 대상에 포함됐으나 앞으로는 개업한 의사에게만 대출을 내줄 방침이다.
전문직 대상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도 기존보다 5000만∼1억 원가량 줄어든다.
이번 조치로 특정 직군의 대출 상품은 '최대한도'가 지금에 비해 많게는 2억 원가량 줄어든다.
하나은행은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방식도 다음달 6일부터 변경한다. 신용대출 증가세를 관리하기 위한 조치다. 기존에는 '매출액'을 기반으로 대출 한도를 산정해왔으나, 앞으로 가계대출은 '연소득' 기반으로만 한도를 산정하기로 했다.
이번 전문직 대상 대출한도 축소는 내년 초까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윤석헌 금융감독 원장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대출 규제와 관련한 질문에 “하반기 들어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해 긴장하고 있다”며 “그동안 나름대로 총량 관리를 해오고 있었는데 당분간 유지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10월부터 연말까지 은행권의 월간 신용대출을 2조 원대로 억제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은행들을 압박해 왔다.
이같은 조치로 인해 다른 은행들도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등 각종 조치를 내놓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기조를 내세우면서 추가 대출 규제 연장같은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억원대 고액 신용대출 수요자인 전문직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도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지난 14일부터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를 일제히 2억원으로 낮췄다. 기존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가 특정 직군별 상품에 따라 2억5000만∼3억 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최고 한도가 1억 원 낮아진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관리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하면서 은행들도 기존 대출제한 방침을 연장하거나 추가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