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통령이 최종 결정한 윤석열 징계...법원이 뒤집었다

입력 2020-12-25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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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사유 대부분 추가 심리 필요
징계위 기피 신청 의결 과정에 하자
직무 정지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

(신태현 기자 holjjak@)

법원이 윤석열검찰총장의 정직을 가능케 한 징계 사유 대부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징계위 기피 신청을 의결하는 과정에서의 결함도 지적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홍순욱 부장판사)는 전날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징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는 징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효력을 잃게 된다.

재판부는 "윤 총장이 본안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징계 처분으로 인해 윤 총장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인정되는 점 등을 고려해 징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의 결정으로 윤 총장은 정직 처분을 받은 지 8일 만에 직무에 다시 복귀하게 됐다. 윤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7월까지 본안 판결이 내려지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으로 사실상 징계가 종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尹 정직 징계 사유…추가 심리 필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 및 활용 △채널A 사건 관련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 및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위신 손상 등을 징계 사유로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을 의결했다.

재판부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이 특수·공안 사건을 선별해서 해당 재판부의 출신과 주요 판결 등을 정리해 '재판부 분석 문건'을 만든 것은 부적절하다고 봤다. 수사정보를 수집하는 부서에서 자료를 만든 만큼 재판부 분석 문건이 악용될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재판부 분석 문건의 구체적인 작성 방법과 경위에 대한 심리가 부족해 징계 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징계위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법무부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 측은 "윤 총장이 재판부를 공격하거나 조롱해 우스갯거리로 만들 목적으로 작성해 실제로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자 등에게 배포된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문건에 '기(旣) 보고'라는 문구에 비춰보면 반복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추론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이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방해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징계 사유도 인정받지 못했다. 윤 총장이 대검 부장회의에 수사지휘권을 위임한 것과 이를 철회한 행위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범위라는 판단이다.

감찰 방해는 어느 정도 소명이 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윤 총장이 '한 검사장에 대한 신속한 감찰 및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감찰 중단을 지시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윤 총장이 대검 국정감사 당시 정치적 발언을 하는 등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을 만한 부적절한 언행으로 검사로서의 위신을 손상한 것이라는 징계 사유도 인정하지 않았다.

윤 총장의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한 봉사'라는 발언은 국민을 위한 무료 변호나 다른 공직 수행을 통한 봉사 등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해당 발언의 진위는 윤 총장이 퇴임한 후 행보에 따라 밝혀질 것이기 때문에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尹 정직, 집행정지 요건 갖춰…징계 의결에 하자

(뉴시스)

집행정지 재판에서는 어떤 처분으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고 긴급하게 효력을 정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판단한다.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지도 집행정지의 요건 중 하나다.

재판부는 윤 총장이 징계 처분으로 인해 2개월 동안 검찰총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고 봤다. 검찰총장의 법적 지위나 윤 총장의 남은 임기 등을 고려하면 금전보상이 불가능하거나 사회관념상 참고 견딜 수 없는 유·무형의 손해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이번 정직 처분으로 사실상 해임이나 유사하거나 '식물총장'이 되는 것과 동일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윤 총장이 입는 손해의 성질과 내용 및 정도, 본안 소송의 승소 가능성 정도 등을 고려하면 정직 처분의 효력을 중단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법무부 측의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로 내려진 징계 처분의 효력이 정지되면 행정부의 불안정성, 국론의 분열 등 공공복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하면 추 장관과 한 감찰부장, 한 검사장 수사팀에 대한 수사 등 징계 사유와 관련된 사건의 수사를 하는 데 공정한 검찰권의 행사가 위협받게 된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총장이 공익을 대표하고 엄중한 책임이 부여된 자라는 지위를 고려하면 법무부 측이 제시한 자료만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윤 총장 측이 징계위에서 신청한 징계위원 기피 의결 과정에 명백한 결함이 있어 의결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 선임과 징계위원으로 참여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의 기피 의결 참여, 예비위원 지명, 징계위원 명단 미공개 등 윤 총장 측이 주장한 나머지 징계 절차상 흠결은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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