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국제조세경쟁력 추이와 정책시사점’ 분석
우리나라의 올해 조세경쟁력 하락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네덜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3년 전인 2017년에는 조세경쟁력 순위가 36개국 중 17위를 기록했으나, 올해에는 7계단이나 떨어진 24위에 그쳤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제조세경쟁력 추이와 정책시사점’ 분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세목별 조세경쟁력 OECD 순위는 소비세가 36개국 중 2위로 상위권이었으나, 소득세가 22위로 중하위권, 법인세·국제조세 33위, 재산세가 30위로 하위권에 머무르며 종합순위 24위를 기록했다고 9일 밝혔다.
미국 조세재단(US Tax Foundation)이 올해 10월 발표한 ‘국제조세경쟁력 보고서(International Tax Competitiveness Index Report)’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세경쟁력은 2014년 이후 하락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세목별로 소비세의 경쟁력 순위는 상승했으나, 법인세, 소득세, 국제조세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한경연은 “기업 세 부담 완화라는 국제추세에 역행해 2018년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3%포인트(p) 인상한 것이 종합 조세경쟁력 순위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조세경쟁력 OECD 종합순위는 3년 만에 7위나 떨어졌는데 이는 같은 기간 8계단(2017년 9위→ 2020년 17위) 떨어진 네덜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속도였다.
세목별로는 법인세, 소득세 및 국제조세 순위가 각각 5위씩 떨어졌다. 재산세는 1계단 하락했고, 소비세는 순위에 변화가 없었다. 세목별 순위하락 속도는 소득세와 국제조세가 두 번째, 법인세가 네 번째로 빨랐다.
2017~2020년 조세경쟁력 순위 상승속도가 가장 빨랐던 5개국은 미국, 이스라엘, 헝가리, 프랑스, 그리스였다. 이 기간 미국은 7계단, 이스라엘 6계단, 헝가리 5계단, 프랑스 4계단, 그리스는 3계단 각각 순위가 상승했다.
2020년 조세경쟁력 상위 5개국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뉴질랜드, 스위스, 룩셈부르크 순이었다. 한국과 주요 선진국인 G5 비교 시 독일, 미국, 영국 3개국은 우리나라보다 종합순위가 앞섰고 일본, 프랑스 2개국은 우리보다 순위가 낮았다.
미국 조세재단은 우리나라 세제의 장점으로 상대적으로 넓은 세원에 낮은 세율(10%)을 적용하는 부가가치세와 93개국에 달하는 광범위한 조세조약 네트워크 등을 꼽았다. 반면, 단점으로는 법인세에서 한정적인 손실이월제도, 부동산과 금융거래에 별도 과세하는 왜곡적인 재산세제(상속세 포함) 등을 들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많은 선진국이 조세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율을 경쟁적으로 인하하는 추세인 가운데,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갖춘 우리나라가 세율을 높인 것은 국제추세에 반하며 조세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세, 국제조세, 재산세 등 경쟁력이 낮은 부문을 중심으로 세율은 낮추고 세원은 넓히며 복잡성을 줄이는 조세경쟁력 강화를 추진해 우리 경제의 성장 활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