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최고세율 45%로 인상…30ㆍ50클럽 국가 중 최상위권
과표 조정때마다 근로소득자 타격
10억 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종합소득세 최고세율을 42%에서 45%로 인상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근로소득세 부과 대상 중 면세자 비율이 4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또 ‘내는 사람만 더 내게’ 됐다. ‘부자증세’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8조의 원칙이 무너진 게 문제다.
소득세법 개정으로 한국의 소득세율은 30·50클럽(국민소득 3만 달러·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중 최상위권에 속하게 됐다. 과세표준(과표) 구간 등 차이는 있지만, 최고세율만 따지면 한국은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한국은 최고세율이 높은 데 반해 실질적으로 세금을 부담하는 인구는 적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자료에서 국내 근로소득세 부과 대상 중 면세자는 2018년 기준 722만 명으로 전체 부과 대상의 38.9%에 달했다. 미국(30.7%), 캐나다(17.8%), 호주(15.8%)보다 많게는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세금을 내는 사람만 내고 있다는 의미다. 최고세율 인상 등 증세도 당연히 ‘내던 사람들’에게만 적용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고세율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실질적으로 소득세를 내는 사람들 세율은 대만, 일본, 미국보다 높다”며 “비과세나 감면제도로 세금을 안 내거나 덜 내는 사람이 많아 세율이 낮아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소득자의 조세 편중은 심각한 수준이다. 소득 상위 10%의 국민은 2018년 전체 근로소득세에서 73.7%, 상위 1%는 32%를 각각 차지했다. 그나마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는 경비처리를 통해 과표를 축소할 수 있다. 현금결제는 과표로 신고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대로 ‘유리지갑’으로 표현되는 근로소득자는 세율이나 과표가 조정될 때마다 타격을 입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최고세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며 “소득이 10억 원을 넘어가면 소득세가 42%든 45%든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고소득자들이 소득세 대부분을 부담하고 영세점(세금이 0원)에 있는 사람들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세원은 다양해야 한다”며 “과표를 조정하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고, 비과세·감면제도 정비를 병행해 과세 사각지대를 좁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올해 발간한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과세 대상 1인당 유효세율이 2013년 4.9%에서 2018년 7.7%로 급등한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장기적으로 소득세율 구조 정상화와 함께 면세자를 줄이는 편이 바람직하다”며 “근로소득 공제 축소로 면세자를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