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재판부 사찰 문건'에 판사들 비판 쇄도…'신중론' 목소리도

입력 2020-12-0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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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 판사들의 재판 진행방식과 성향 등을 분석한 이른바 재판부 사찰 문건과 관련해 판사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봉수(47·사법연수원 31기)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4일 법원 내부망에 쓴 글에서 "지금까지 관행처럼 재판부 판사 개인정보를 수집해왔다면 지금이라도 중단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재판장에 관한 정보수집은 가능하지만, 그 주체는 어디까지나 공판검사여야 하고 정보수집 범위도 공소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로 제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장의 종교, 학교, 지역·취미·특정 연구회 가입 여부 등 사적인 정보는 공소 유지와 관련이 없다"며 "형사 절차에서 이런 사적 정보들을 참고했을 때와 참고하지 않을 때 무슨 차이가 있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성훈(48·28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이날 글을 올려 "현 상황에 법관대표회의 또는 법원행정처의 적절한 의견 표명, 검찰의 책임 있는 해명,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적 조치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문건 내용에 특정 판사가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에 포함됐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을 두고 "이런 내용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문서 작성자가 어떤 경위로 알게 된 것인지, 수사기록에서 불법적으로 온 것인지 명확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당장 견해를 밝히기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가 지난 뒤 논의하자는 '신중론'에 무게를 싣는 목소리도 있었다.

차기현(43·변호사시험 2회) 광주지법 판사는 법원 내부망 글에서 "최근 이슈가 그 실체에 비해서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다뤄지고 있는 사항인 만큼 공식 기구에서 의견이 수렴되는 과정을 차분히 지켜보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혹여라도 이 문제로 판사 사회에서까지 격한 대립이 발생하고 있고 조용하던 게시판이 갑자기 '달아오르고 있다'는 느낌으로 외부에 전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장창국(53·32기) 제주지법 부장판사는 지난달 25일과 이달 3일 두 차례 내부망에 글을 올려 법원행정처에 대응을 촉구하고 7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송경근(56·22기) 청주지법 부장판사도 전날 대검찰청이 '판사사찰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진행한 감찰부를 상대로 역조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독재정권·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기시감이 든다"며 작심 비판했다.

한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오는 7일 온라인으로 하반기 정기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는 '재판부 사찰 문건'이 안건으로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연일 현직 판사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 안건 선정 가능성이 주목받는 상황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각 법원의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월요일 회의에서 안건상정 여부 등을 숙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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